오픈마켓을 통해 물건을 팔 수 있도록 판을 깔았던 온라인 플랫폼 회사들이 물건이 팔린 후 상품 판매자와 소비자들의 분쟁을 나몰라라 했던 행위 등이 적발됐다. 네이버, 카카오, 11번가, 이베이, 인터파크, 쿠팡, 티몬 등 7개 온라인 플랫폼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적을 받고 관련 내용을 시정했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입법은 선거 국면에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지만, 공정위가 빅테크에 대한 감시의 고삐를 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쿠팡이 자신이 파는 물건처럼 안내한 내용./공정위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 카카오, 11번가, 이베이, 인터파크, 쿠팡, 티몬 등 7개 플랫폼 사업자들이 소비자에게 상품 판매자에 관한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거나 소비자 분쟁해결 기준 등을 미리 마련해 알리지 않은 행위 등을 적발했다고 6일 밝혔다. 공정위는 그와 같은 행위에 대해 시정 명령을 부과하기로 했다.

우선 쿠팡은 자신이 상품 판매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쿠팡은 자신이 운영하는 중개거래 플랫폼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그와 같은 계약서를 교부하면서 자신이 상품 판매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표시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 계약서 하단에는 ‘쿠팡(Coupang)’ 로고까지 표시되어 있어 소비자는 마치 자신의 계약상대방이 쿠팡인 것으로 오인하기 쉬운 상황이었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상품 판매자와 소비자간 거래를 ‘중개’하는 사업자가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계약서를 교부하는 경우 이를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자신은 중개자일 뿐, 상품을 판매한 당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 계약서에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쿠팡의 이러한 행위로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반품이나 환불을 요구하거나 하자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상대방(상품 판매주체, 또는 계약상대방)이 누구인지 혼동하게 됐다. 또는 그러한 상대방을 찾는 과정에서 시행 착오를 거쳐야 했기 때문에 권리 행사를 방해 받았다. 쿠팡은 계약서 하단에 ‘마켓플레이스(오픈마켓) 상품의 경우 쿠팡은 통신판매중개자이며 통신판매의 당사자가 아닙니다’라고 표시해 법 위반 행위를 시정했다.

상품 판매자에 관한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네이버, 11번가, 이베이, 인터파크. 4개 사업자도 적발됐다. 네이버는 자신이 운영하는 오픈마켓 ‘네이버쇼핑’에 입점해 상품을 판매하는 사업자의 전자우편주소를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또 개인 판매자의 전자 우편 주소 등을 열람할 수 있는 방법도 소비자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11번가는 ‘11번가’, 이베이는 ‘옥션’, 인터파크는 오픈마켓 ‘인터파크’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개인 판매자의 성명, 전자우편주소 등을 열람할 수 있는 방법을 소비자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사업자들의 이러한 행위로 소비자들은 판매자가 누구인지, 상품에 하자가 발생했을 때 어디로 연락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정보들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거래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상품 선택을 하거나 반품·환불·피해배상 등을 받는 데 있어 소비자로서 법적으로 보장받는 권리들을 행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상품 판매자와 소비자간 거래를 ‘중개’하는 사업자는 판매자가 사업자인 경우 그 판매자의 상호와 대표자 성명, 주소, 전화번호, 전자우편주소, 통신판매업 신고번호와 그 신고를 접수한 기관의 이름, 사업자등록번호를 확인해 ‘청약 전’까지 소비자에게 미리 알려야 한다. 또 판매자가 사업자가 아닌 개인 판매자인 경우 성명, 주소, 전화번호, 전자우편주소 등을 확인하고 그런 정보들을 열람할 수 있는 방법을 소비자(구매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공정위는 “네이버, 11번가, 이베이, 인터파크 등 4개 사업자 모두 판매자에 관한 정보를 적법하게 표시하거나 그런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방법을 소비자에게 제공해 법 위반 행위를 시정했다”고 전했다.

소비자 분쟁 해결 절차 등에 관한 네이버, 카카오의 고지 내용./공정위

소비자 불만·분쟁해결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점은 네이버, 카카오, 11번가, 이베이, 인터파크, 쿠팡, 티몬이 해당됐다. 현행법에 따르면, 사업자는 운영하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불만이나 판매자와 겪는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분쟁이나 소비자의 불만을 접수·처리하는 인력과 설비를 갖춰야 한다.

또 플랫폼 사업자(중개자) 자신, 또는 판매자로 인해 발생한 소비자의 불만, 관련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기준을 미리 마련해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소비자의 불만이나 분쟁의 원인 등을 조사해 3영업일 이내에 그 조사의 진행경과를 소비자에게 알리고, 10영업일 이내에 그 조사결과 또는 처리방안을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그러나 사업자들은 이 같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11번가, 이베이, 인터파크, 쿠팡, 티몬은 소비자 불만·분쟁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기준 자체를 만들지 않거나, 그와 관련된 원론적인 내용 정도만 ‘소비자 이용약관’에 담았다. 혹은 ‘질의응답(FAQ) 게시판’을 통해 게시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을 별도의 화면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소비자 불만·분쟁해결과 관련된 내용을 별도 화면을 통해 알리고는 있으나, 단순히 ‘절차’만을 안내했다. 어떤 상황에서 누가 어떻게 책임을 지는지, 또는 귀책사유가 누구에 있는지 등 상황에 따라 소비자와 사업자들 간에 책임은 어떻게 분담하는지 등 분쟁 해결에 필요한 구체적인 기준을 알리지는 않았다.

전영재 공정위 전자거래과장은 “사업자들은 공정위 의결서를 송달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소비자 불만·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실체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을 각자 마련하고, 그 기준이 포함된 시정명령 이행방안을 공정위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공정위는 그 이행방안들이 법위반행위 시정에 충분한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사업자들과 협의해 그 내용을 보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