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10% 오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이 0.17%P(포인트) 떨어지고, 소비자물가지수는 0.24%P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성장률은 떨어지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2일 서울시내 한 LPG충전소에서 리터당 1148원에 판매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휘발유값이 6주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3월 LPG가격이 Kg당 60원 인상된다./뉴스1

국제금융센터는 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시장반응 및 해외시각’ 자료에서 씨티은행의 리포트를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국금센터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최근 “특수가스와 팔라듐의 러시아, 우크라이나 의존도가 높아 반도체 생산 차질로 한국 경제의 하방 위험이 확대될 소지가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위험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간 상품 교역 규모는 크지 않다. 한국의 대 러시아 수출 비중은 1.5%, 수입 비중은 2.8%다. 하지만 에너지와 화학 제품의 수입 의존도가 높다. 무연탄은 40.8%, 우라늄 33.9%, 원유는 6.4%가 러시아 산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oA-ML)는 “러시아는 (원자재 제외 시)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상황이 안정화할 경우 세계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전망”이라면서도 “원유 및 천연가스 수출 제재가 부과되면서 유가가 급등할 경우 리스크가 크게 부상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유가는 지난 1일(현지시각) 100달러를 돌파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8%(7.69달러) 급등한 103.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14년 7월22일 이후 가장 높은 가격에 마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더 큰 피해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유럽으로 분석됐다. 골드만삭스는 “유로 지역은 에너지 시장 변화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0.4%P 감소(4.2%→3.8%)할 것이며 물가상승률은 5%로 급격히 상승(3.2%→5.0%)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당초 3월 발표될 것으로 유력했던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 완화 종료 계획이 미뤄질 수도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가져올 경제적 피해를 시장에서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미쓰비시UFG파이낸셜그룹(MUFG)은 “러시아는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며, 16위의 수출국”이라며 “러시아는 유럽의 5대 교역 상대이며, 유럽 가스의 41%와 원유의 27%를 공급하고 있고 이 중 30%가 우크라이나를 통해 운송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