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0조원 규모의 국세수입(세수) 추계 오차와 관련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유동성 확대 등으로 인한 집값 상승,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것이라는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가 나왔다. 코로나 극복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운용으로 경제가 활성화된 것이 초과세수의 원인이라고 했던 청와대의 논리를 반박하는 내용이라는 측면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28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국회예산정책처의 '제 1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세수 추계에 오차가 발생한 점에 대해 ▲양도소득·상속세, 종합부동산세 증가 ▲증권거래세 증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유동성 확대 ▲반도체 등 수출 기업의 영업실적 개선 등을 꼽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1년 11월까지 누적 국세수입 실적을 기준으로 2021년 국세수입 실적을 전망했다. 그 결과, 2021년 국세수입은 전년대비 57조8000억원(20.2%) 증가한 343조3000억원 수준으로 봤다. 추경예산 평성 당시 예측한 314조3000억원 대비로는 29조원(9.2%)대의 초과세수가 발생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7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과세수의 주요 세목은 소득세와 법인세 증가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전망치를 세목별로 살펴보면, 소득세는 113조4000억원으로, 2020년 93조1000억원 대비 20.3조원(21.8%) 증가할 전망이다. 이러한 소득세의 증가는 주로 양도소득세, 근로소득세의 증가에 기인하는 것으로 그 중에서도 초과세수의 상당 부분이 양도소득세에서 발생할 전망이다. 양도소득세는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전년대비 12조7000억원(53.9%) 증가한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법인세는 69조8000억원으로, 2020년 55조5000억원 대비 14.3조원(25.7%) 증가했다. 법인세의 증가는 2020년 하반기부터 가시화된 대외경제 여건의 개선 등으로 반도체 등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영업실적이 개선된 것에 주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이후 예산 대비 10조원 이상의 초과세수가 발생한 연도는 2000년(13조2000억원), 2007년(14조2000억원), 2017년(14조3000억원), 2018년(25조4000억원), 2021년(29조원대, 잠정)의 5개 연도이다.

2021년을 제외한 연도의 초과세수 발생 원인을 살펴보면, 2000년, 2007년, 2018년은 법인세, 2017년은 부가가치세가 초과수납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고, 양도소득세나 증권거래세와 같은 자산과세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법인세 등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사실상 지난해 초과세수는 집값 급등의 영향이 컸다는 의미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1년 초과세수 발생의 주된 원인은 자산세수의 높은 증가로 볼 수 있다"며 "저금리 기조 하의 이러한 유동성 확대는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의 수요 증대로 이어짐에 따라 부동산 및 주식 등 자산시장 가격의 상승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2000년 이후 주요 초과세수 사례 /국회예산정책처

실제 종합부동산세의 과세표준을 산정하는 기초가격인 공시가격은 전국평균 기준 전년대비 토지 10.0%, 주택 16.3% 수준으로 상승했다. 또 일반주택의 중위가격은 전년대비 3.2% 감소한 데 반해, 아파트는 16.7% 상승하는 등 매매거래의 65% 이상을 차지하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폭이 큰 양상을 보였다.

이와 같은 부동산 거래가격의 상승은 2021년 주택 및 토지의 매매거래량 감소(전년동기 대비 1~11월 누적 거래량 증감률: 주택 -15.6%, 토지 -1.8%)에도 불구하고 양도소득세 등 자산세수 증가의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예산정책처의 설명이다.

또 국회예산처는 정부의 잦은 부동산 과세체계 변경도 세수 추계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예산정책처는 "자산세수의 과세체계의 특징과 2021년부터 시행된 양도소득세 및 종합부동산세의 세법개정도 자산가격 상승세와 복합적으로 작용해 세수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초과누진세율 체계를 적용함에 따라 자산 가격의 상승하는 시기에는 증가한 과세표준에 대해 보다 높은 세율이 적용되어 실제 과세표준 증가분보다 세수가 더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다주택자 등을 중심으로 세율 인상 등의 세법개정이 있었다"며 "양도소득세는 정부의 주택안정화 정책에 따라 2021년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에 거주기간을 추가하는 등 공제요건을 강화하고, 다주택자와 단기보유 주택에 대한 세율인상을 시행했다. 종합부동산세 역시 2021년부터 다주택자와 법인을 중심으로 주택분 세율 인상, 법인에 대한 기본공제 폐지 등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동일한 과세표준에서도 세부담이 강화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1년 세목별 세수 추계 /국회예산정책처

이같은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은 코로나 이후 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회복하는 바람에 당초 예상치보다 더 크게 세수가 걷힌 것이라는 청와대의 설명과 배치된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1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기획재정부의 지난해 세수 예측이 크게 빗나가 60조 원 이상의 초과 세수가 발생한 데 대해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기업의 이익과 수출입, 고용 등 경제가 활성화된 결과라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활성화 때문에 세수가 더 걷힌 것"이라는 청와대의 설명과 달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세수 예측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김태주 세제실장을 윤태식 국제경제관리관으로 교체하는 문책 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야당인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홍남기 부총리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추경 재원 마련 요구에 비협조적이었던 관료에게 보복성 인사를 단행하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요구를 홍 부총리가 수용한 것이라는 비판이다. 한 야당 경제통 의원은 "오는 4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홍 부총리에게 엄중하게 묻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