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계대출 금리가 연간 상승폭 기준으로 2007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당국의 ‘대출 옥죄기’ 노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지난해 12월 가계대출 금리는 3.66%로 1년 전보다 0.87%포인트(p) 올랐다. 이는 2007년 12월 이후 최대폭 상승이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12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3.66%으로 전월대비 0.05%p 상승했다. 이는 2018년 8월(3.66%)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 등으로 지표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한 데다, 은행들의 연말 유동성 관리 노력이 가계대출 금리를 밀어올렸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1%로 0.25%p 올렸고, 추가 금리인상을 강력 시사했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창구의 모습.

가계대출 금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달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활용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1.69%로 전월대비 0.14%p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0.12%p 상승한 3.63%을 기록했다. 이는 2014년 5월(3.63%) 이후 7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송재창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형 금리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하락하면서 내렸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저금리 보금자리론 비중 축소, 가산금리 상승,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가 오르면서 주담대 금리도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가계대출 금리를 구성하는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5.12%로 나타났다. 일반 고신용자 대상 상품의 판매가 재개되면서 전월 대비 0.04% 하락했다. 보증대출금리는 3.29%로 0.03%p 상승한 반면, 집단대출금리는 3.87%로 0.12% 내렸다. 한국은행은 “사전 승인된 저금리대출 취급 영향으로 집단대출금리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가계대출 금리는 1년 만에 0.87%p 상승했다. 2007년 12월(1.02%p)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연평균 가계대출금리는 3.10%로, 2020년(2.75%) 대비 0.35%p 올라 2008년(0.71%p) 이후 13년 만에 최대폭 상승했다.

송재창 팀장은 “새해 들어 은행권의 대출 재개는 가계대출 금리 하방 요인, 지난해 11월과 올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오름세는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달 들어 단기 시장금리는 물론 장기 시장금리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기업대출 금리는 0.02%p 오른 3.14%로 집계됐다. 대기업 대출금리는 2.86%로 0.04%p 하락했고,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0.07%p 상승한 3.37%을 기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표금리가 단기물을 중심으로 상승한 가운데 대기업 대출 금리는 전월의 고금리 대출 취급 효과가 소멸되면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기업과 가계 대출금리가 모두 오르면서 지난달 예금은행의 신규취급 대출평균금리도 전월대비 0.02%p 상승한 3.25%를 기록했다. 저축성수신금리는 연 1.7%로 0.13%p 올랐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와 저축성수신금리의 차(差)는 1.55%p로 전월대비 0.11%p 축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