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리나라 교역조건이 9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9개월 연속 악화됐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지난달 수입가격이 수출가격보다 크게 오른 영향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였지만, 수출이 증가한 만큼 이를 생산하기 위한 관련 품목 수입도 늘어난 결과다.

교역조건이 나빠지면서 1월 무역수지도 전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현재 추세라면 2월까지 무역수지가 적자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새해 들어 국제유가가 배럴당 80~90달러선까지 뛰면서 수입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항 신항 화물 처리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21년 12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수출물량지수는 133.01로 전년 동월 대비 4.8% 올랐다. 3개월 연속 오름세다. 수입물량지수는 5.9% 오른 135.76로 집계됐다. 2020년 9월 이후 16개월 연속 상승세다. 수출과 수입물량지수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수출물량지수는 반도체와 운송장비가 밀어올렸다. 반도체를 포함한 컴퓨터, 전자및광학기기가 16.7% 뛰었고, 운송장비는 9.4% 올랐다. 반도체 수출물량의 경우 20개월 연속 증가했다. 수입물량지수는 컴퓨터, 전자및광학기기(19.8%), 광산품(10.8%) 등을 중심으로 올랐다.

수출금액지수는 14개월 연속, 수입금액지수는 13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수출금액지수와 수입금액지수는 146.64, 170.64로 각각 전년 동월 대비 22%, 37.6%씩 올랐다. 둘다 역대 최고치다.

지난달 수출금액지수는 반도체를 포함한 컴퓨터, 전자및광학기기(24.3%), 석탄및석유제품(79.9%) 위주로 올랐다. 수입금액지수는 광산품(89.7%)과, 석탄및석유제품(152.4%), 컴퓨터,전자및광학기기(22.9%)가 주도했다.

우리나라의 교역조건을 나타내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지난달 87.72로 전년 동월 대비 10.4% 내렸다. 지수 기준으로는 2012년 11월 이후 9년 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하락폭은 2011년 10월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컸다.

지난달 수입가격(29.9%)이 수출가격(16.4%)보다 크게 오르면서 교역조건지수도 하락했다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9개월 연속 내림세다. 1단위를 수출한 대금으로 살 수 있는 수입품의 양을 뜻하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100이하라는 점은 수입품에 비해 수출품이 상대적으로 제 가격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제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수입가격을 밀어올렸다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이달 1~20일 기준 무역수지는 56억31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달 들어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면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어 교역조건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7년 만에 90달러를 돌파했다.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특성상 유가 상승은 수입가격을 높여 무역수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진만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수입가격 상승한 데는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른 영향이 컸고, 2020년 코로나 충격으로 유가 등이 급락한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다"며 "향후 교역조건 흐름도 유가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최근 국제유가는 배럴당 80달러를 넘어 상승 추세"라고 말했다.

수출 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나타내는 소득교역조건지수는 116.68로 6.1% 하락했다. 수출물량지수(4.8%)가 상승했지만, 순상품교역조건지수(-10.4%)가 하락하면서 4개월 연속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