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경제가 4% 성장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2020년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0.9%)을 했다가 상대적으로 반등한 효과가 컸다. 특히 견조한 수출과 민간소비가 경제 회복을 주도했다.
한국은행은 국내 경제가 올해도 회복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시장에서는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제 둔화 조짐, 오미크론 변이 확산, 글로벌 공급망 차질 지속 등으로 1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부진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우리나라 교역조건이 나빠지면서 국민의 실질구매력이 경제성장률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상승률도 3%대의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 경기는 악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4% 성장 배경은 코로나 기저효과, 수출·소비 회복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를 기록했다. 정부와 한국은행 전망치인 4%를 달성했다. 이는 한국 경제가 6.8% 성장한 지난 2010년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다.
코로나 사태로 경제가 침체된 2020년과 비교해 수출과 민간소비가 크게 늘어나면서 경제 성장을 뒷받침했다. 수출은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 수출 품목을 중심으로 9.7% 성장했다. 전년(-1.8%)과 비교해 증가 전환했다. 수출 회복에 발맞춰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면서 설비투자도 8.3% 늘어났다.
지난해 민간소비 성장률은 3.6%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경제가 반등했던 지난 2010년(4.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 충격으로 2020년 위축됐던 소비가 전반적으로 살아난 영향이 컸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집행하는 등 재정 지출을 늘리면서 정부소비(5.5%)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황상필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선진국 중심으로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서 수출이 크게 늘었고, 민간소비는 백신 접종, 방역조치 완화, 정부 추경 집행, 경제주체의 코로나 상황 적응 등에 힘입어 살아났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충격으로 2020년 한국 경제가 역성장(-0.9%)한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다. 기저효과(Base Effect)란 특정 시점의 경제 상황을 평가할 때 비교의 기준으로 삼는 시점에 따라 경제 지표의 등락이 커 보이는 현상을 뜻한다. 코로나 사태로 경제가 위축된 2020년과 비교하면 지난해 성장률 상승폭이 유독 커 보이는 착시가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 2020~2021년 2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5%로 나타났다. 코로나 상황을 감안하면 체감 성장률은 4%보다 1.5%에 가깝다는 의미다.
◇ 정부 50조 추경 효과…지난해 4분기 GDP 1.1% 성장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1%대를 회복한 점도 연간 4% 성장률 달성에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GDP 성장률은 1분기 1.7%(전기대비), 2분기 0.8%, 3분기 0.3%, 4분기 1.1%로 집계됐다.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된 지난해 3분기에는 내수가 침체되면서 성장률이 0.3% 그쳤다. 당시 기준으로는 4분기 성장률이 1.04%를 웃돌아야 연간 성장률 4%를 기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10~11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조치와 50조원에 달하는 정부 추경 집행으로 내수가 회복된 점이 4분기 1%대 성장률의 배경으로 꼽힌다. 4분기 성장률 기여도는 정부가 0.7%포인트(p)로 민간(0.5%p)을 앞질렀다. 앞서 1~3분기에는 민간 기여도가 더 높았다. 정부의 '돈 풀기'에 힘입어 지난해 4% 경제성장률 목표를 가까스로 달성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황상필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정부가 50조원에 달하는 추경을 집행하면서 경기 회복에 기여했다"고 했다.
국민의 실질구매력을 보여주는 소득지표인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지난해 4분기 0.5% 감소했다. 공급망 차질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실질 GDP 성장률(1.1%)을 하회했다. 수입가격이 수출가격보다 크게 오르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교역조건은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하락했다.
◇ 올해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도 한은 "3% 성장"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가 3%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상필 국장은 "세계 경제와 교역이 회복 국면인 데다 경제주체들이 코로나 확산기에 적응하면서 민간소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줄어드는 추세"라면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긴축 행보,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공급망 차질 장기화, 중국 경제 둔화 등의 하방 리스크(위험)가 예상보다 강하게 작용하면서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제유가가 이달 들어 다시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 점도 경기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대까지 치솟는 등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자 긴축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면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자산가격이 떨어지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중국 역시 생산자물가 상승과 부동산 악재가 겹치면서 올해 성장률 급락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처럼 대외 환경이 악화되면서 우리나라 수출 동력도 예상보다 빨리 식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들도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3%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연구원(KIET)과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을 2.9%로 예상했다.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은 2.8%로 전망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이보다 낮은 2.7% 성장률 전망을 제시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초 중국의 고강도 봉쇄로 생산 차질이 나타나면서 대외 수요의 일시적 위축이 예상되고, 미국의 긴축 가속화에 따른 심리 위축도 부담 요인"이라면서 "다만 2분기부터는 코로나 사태가 종식 단계에 들어서면서 세계 경제도 본격적인 반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