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돈이 2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기준으로는 2014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가계대출이 꺾였다. 정부의 ‘대출 옥죄기’와 대출금리 상승으로 신용대출이 줄어든 데다, 내 집 마련을 위한 주택거래도 둔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지난해 말 가계대출 감소 흐름이 연초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새해 들어 은행들이 그간 중단됐던 대출상품 판매를 재개하고 우대금리를 복원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2021년 12월 가계대출이 전월보다 2000억원 감소했다.

◇ 12월 가계대출 17년 만에 감소 전환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2021년 12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7000억원으로 전월보다 2000억원 줄었다. 12월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 속보치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전체 기간을 놓고 보면 가계대출이 감소 전환한 것은 2014년 1월(-2조2000억원)과 지난해 5월(-1조6000억원) 이후 처음이다.

금융당국의 고강도 대출 규제, 지난해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 영향으로 돈을 빌려 부동산·주식에 투자하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가 주춤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성진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지난달 가계대출은 금융권 가계대출 관리, 대출금리 상승, 연말 상여금 유입 효과, 주택거래 관련 자금수요 둔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은 2조원 증가한 778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전세 관련 자금 수요는 지속됐으나 내 집 마련을 위한 주택매매거래 둔화, 집단대출 취급 감소 등으로 증가폭은 전월(2조4000억원)보다 줄었다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실제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7월 5만9000호, 8월 5만6000호, 9월 4만5000호, 10월 4만3000호, 11월 3만호 등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 기타대출은 2조2000억원 감소했다. 12월 기준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지난해 은행권의 신용대출 관리 강화, 대출금리 상승, 연말 상여금 유입 등의 영향이 컸다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시중은행의 일부 신용대출 상품 최고 금리는 5%를 넘어섰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최대 10%에 육박했다.

다만 이 같은 가계대출 감소 추세가 연초까지 지속될지는 확신할 수 없다는 게 한국은행의 진단이다. 박성진 팀장은 “가계대출 수요가 이전보다 줄었음에도 여전히 높고, 새해 들어 은행들이 본격적으로 대출을 재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추세적으로 둔화됐다고 평가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연간으로 보면 지난해 은행권 가계대출은 71조8000억원 늘었다. 가계대출이 100조6000억원 늘어난 2020년과 78조2000억원 늘어난 2015년 이후 역대 세번째 증가폭이다.

2021년 은행 가계대출 / 한국은행

◇ 기업대출도 2.8조 감소…“계절 요인 영향”

지난해 12월 기업 대출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 달 사이 2조8000억원 줄었다. 대기업 대출은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일시상환 등으로 1조7000억원 감소 전환했다. 중소기업 대출도 1조원 줄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업황이 좋아진 업종을 중심으로 시설자금 수요가 지속됐음에도 연말 운전자금 일시상환 영향으로 대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은행 예금은 약 22조8000억원 순유입되면서 전월(18조2000억) 대비 증가했다. 수시입출식예금(24조5000억원)은 기업의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자금 예치와 가계의 연말 상여금 유입 등에 힘입어 전월 대비 크게 늘었다. 정기예금(4조7000억원)은 규제비율 관리 등을 위한 은행들의 예금 유치, 예금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이어졌다.

자산운용사의 경우 자금이 7000억원 빠져나갔다. 머니마켓펀드(MMF)는 은행의 연말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관리를 위한 환매, 국고 여유자금 유출 등으로 13조6000억원 감소했다. 주식형펀드와 기타펀드는 자금이 각각 5조2000억원, 6조1000억원 들어오면서 유입 규모가 확대됐다. 채권형펀드는 전월 대비 1조5000억원 증가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