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할 때 통신사 본인 확인 인증을 받지 않으면 법 위반?”

개인간 거래(C2C) 플랫폼에 대한 첫 번째 제재로 이목을 모았던 ‘당근마켓’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좌초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비스 이용시 통신사 인증을 비롯한 본인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공정위 측 법 해석과 달리 현재 당근마켓의 당사자 확인 방식에 손을 들어준 법안이 국회에 제출, 계류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개인간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이 소비자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제재 하려던 공정위가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경제계에서는 소비자 보호 의무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 플랫폼 업체게 과도한 규제를 하려고 했던 공정위가 국회의 입법 움직임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당근마켓 강남역 사무실.

13일 복수의 관계자 관계자에 따르면, 공정위는 현재 당근마켓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당초 내부적으로 지난해 12월이나 이달 중으로 당근마켓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발송하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었으나, 국회의 입법 움직임을 살피며 조사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심사보고서 발송 절차는 들어가지 않았다.

공정위의 심사보고서는 검찰의 기소장 역할을 한다. 공정위의 심사보고서 발송은 법 위반 혐의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제재에 착수하는 첫 절차다.

공정위는 본인 인증 없이 간편 가입하는 당근마켓의 회원 가입 절차가 소비자 보호 의무를 위배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당근마켓은 원하는 지역을 고르고 휴대폰 번호만 입력하면 가입이 된다. 문자로 인증번호를 확인하는데 이는 사용자의 휴대폰 보유 절차만 확인하는 것이지, 통신사를 통한 본인 인증은 아니다. 이 같은 편리함에 힘입어 당근마켓은 누적 회원 수를 약 2200만명까지 확장했다.

공정위는 여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소비자가 거래 도중 사기 등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정위는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을 3월에 입법예고했다. 당시 개정안은 C2C플랫폼사업자가 개인판매자의 성명·주소·연락처 등의 정보를 수집하게 하고 판매자와 소비자 간 분쟁 해결에 필요한 경우 그 정보를 소비자에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전화번호를 넘어 이름과 주소까지 수집하는 것이 과도하다며 업계 관계자들이 반발하자, 여야 의원들이 나서서 공정위 법안을 반대했다. 당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까지 나서서 “성명 및 전화번호 등을 수집할 의무를 예외 없이 부과하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 관점에서 적절하지 않다”며 공정위에 제동을 걸었다. 과한 규제를 하려다 덫에 걸린 셈이다.

의원 입법으로 국회에 계류된 전자상거래법은 6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8월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이들 법안은 개인판매자에게 확인해야 할 신원정보의 범위를 ‘전화번호 등 연락처’로 한정했다. 또 그 정보가 제공되는 대상의 범위를 분쟁조정기구, 법원, 소비자(개인판매자가 정보 제공에 동의한 경우에 한정)로 규정하고 있다.

일단 공정위는 개정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더라도 당근마켓에 대한 제재가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는 현행법 하에서도 판매자 신원 정보 등을 통신 판매 중개 업자같은 C2C플랫폼이 확인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며 “이는 현행법에도 규정된 내용으로 전부개정안의 내용은 이를 보다 구체화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제계에서는 과도한 규제를 밀어붙이던 공정위가 국회 입법에 가로막혔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국회에서도 공정위측 제재 움직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한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요구하는 가입자 정보를 전화번호로 한정한 법안이 제출된 것은 공정위의 당근마켓 제재가 과도하다는 인식이 깔린 것”이라면서 “공정위가 이런 분위기를 정면으로 거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