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금융투자소득세(금융투자세)를 원천징수할 때 여러 증권사로 흩어진 계좌의 손익 5000만원까지 합산이 가능해진다. 당초 한 증권사 계좌에서만 5000만원까지 기본공제를 받도록 정책이 설계됐지만, 투자자들의 자금이 묶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여러 증권사 계좌에서 발생한 손실을 합치기로 한 것이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를 원천징수할 때 기본공제를 복수의 금융회사에서 분할 적용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세법 시행령 개정을 최근 예고했다.
주식 투자 등으로 얻은 금융투자소득은 5000만원(기본공제금액)까지 비과세 혜택을 둔다. 기존 제도에서는 금융회사 1곳에서만 공제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여러 증권회사에 계좌를 운용 중인 사람은 전체 소득이 5000만원을 넘지 않더라도 일단 세금을 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어, A증권사에 기본공제를 신청해둔 사람의 경우 B증권사에서는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따라서 B증권사 계좌에서 1만원이라도 소득이 발생하면 곧바로 세금을 원천징수 당한 뒤 사후 정산을 받아야 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고려해 투자자들이 여러 증권사에 기본공제를 신청할 수 있게 허용하고, 이들의 계좌별 손익을 합산해 세금을 원천징수하기로 했다.
한 투자자가 A증권사에서 5000만원의 소득을 내고 B증권사에서 3000만원의 손실을 봤을 경우, 이 투자자는 전체 계좌에서 총 2000만원의 소득을 올린 셈이므로 원천징수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투자자가 A증권사에서 2000만원, B 증권사에서 3000만원의 소득을 각각 얻었을 경우, 이 투자자는 두 증권사를 합쳐 총 5000만원의 기본공제를 적용받게 된다.
만약 투자자가 기본공제를 신청한 계좌 전체에서 소득이 5000만원을 넘어가면, 초과분에 대해서는 20%의 세율로 원천징수가 이뤄진 뒤 나머지 금액이 계좌로 들어온다.
정부는 이러한 금융투자세의 복잡한 산정방식을 감안해, 과세 업무를 투자자가 아닌, 증권사에 일임하기로 했다. 기본공제 신청은 종전까지는 국세청을 통해야 했으나 앞으로는 개인이 이용하는 금융회사에 바로 신청하면 된다. 금융회사들은 향후 마련될 기본공제 자료 집중기관에 투자자들의 신청 사항을 즉시 통지해야 한다.
금융투자소득세는 원천징수 이후 이듬해 5월 확정신고를 통해 확정된다. 이 과정에서 원래 납부분보다 더 많이 낸 세금이 있으면 환급 신청을 거쳐 한 달 내로 환급받을 수 있다.
한편, 정부는 과세 이전까지 상승한 주가에 대해서는 세금을 매기지 않기로 했다. 소액주주들이 과세를 앞두고 주식을 팔아치우는 등 시장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 박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로 국내 주식에 투자할 경우는 공제 금액 한도 없이 아예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다만, ISA로 비과세·손익통산 혜택을 받으려면 의무 가입 기간인 3년 이상 계좌를 유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