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팀장이 보편적 기본소득제가 “자본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본소득제란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국가에서 최소생활비를 지급하는 제도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표 공약이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의 월간 소식지인 ‘한은소식 2021년 12월호’에는 ‘자본주의가 낳은 기본소득제, 자본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제목의 기고문이 실렸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현안을 잘 다루지 않는 한은 특성상 해당 기고문을 쓴 방홍기 한은 국제국 협력총괄팀장은 우회적으로 기본소득의 문제점을 언급했다.

서울 태평로 구 삼성본관에 입주한 한국은행.

방 팀장은 “20세기 경제학자인 하이에크는 그의 저서에서 명시적으로 기본소득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취지의 제도를 기술하고 있다”며 “그는 모든 사람에 대한 절대적 경제안정을 보장하는 것(보편적 기본소득제)에 대한 위험성을 경계하고 있다”고 썼다.

그는 자본주의의 분명한 한계로 불평등이 심해지는 만큼 정치권에서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기본소득제가 상당한 재원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우려했다. 방 팀장은 “기본소득제의 보편성이 확대될수록 커지는 재원을 조달하는 과정도 직시해야 한다”며 “국가의 개입이 커지고, 기업과 같은 자본계층으로부터의 재원조달 규모도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과정이 진행되면 우리 사회가 선택한 자본주의와는 사뭇 다른 세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본소득제 추진을 위해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고소득층 증세가 이뤄질 수밖에 없고, 이는 근로 의욕을 꺾어 자본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방 팀장은 “취지는 좋아도 자본주의 유인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편적 기본소득에 대해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의 선택이 사회의 유인에 적잖은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할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경제학계도 기본소득에 대체로 비판적이다.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김선빈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한종석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지난해 2월 발표한 ‘기본소득 도입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만 25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한달에 30만원씩, 연간 36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경우 연간 145조원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기본소득의 재원을 근로소득세를 더 걷어 마련한다고 가정했는데,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급여의 평균 7%인 1인당 실효 근로소득세율이 3.5배 수준인 24.4% 올라가는 것으로 추산했다.

연구진은 “기본소득 지급으로 일할 동기가 감소하고 경제활동인구 대비 취업자 수를 뜻하는 고용률이 하락해 근로소득이 없는 계층이 크게 증가한다”며 “선별적 복지를 보편적 복지로 대체하는 것은 저소득층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기본소득제에 대한 민심도 부정적이다. 문화일보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해 11월 공개한 경제민심 동향 여론조사에서 우리 국민 65.1%는 ‘소득·자산 등과 상관없는 기본소득제’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연령별로 보면 만 18세 이상인 20대 응답자의 75.2%가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