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후반대로 치솟으면서 한국은행이 내년 1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금융통화외원회에서 높아진 물가 상승 압력과 가계부채 문제를 근거로 기준금리를 연 1%로 올렸다. 연말까지 3%대 물가 상승률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은이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방어 차원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 예상 넘어선 물가에 한은 “올해 물가 전망치 웃돌 듯”

3일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해 약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급등이 물가를 끌어올렸다. 이로써 물가 상승률은 올해 4월부터 8개월 연속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2%)를 웃돌았다. 10월부터는 3%대로 올라서면서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우려가 커졌다. 이 같은 고(高)물가 기조는 물가 상승률이 2010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15개월 연속 한은 목표치(당시 3% 이내)를 넘어선 이후 처음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은 물가 상승률에 놀란 한국은행도 서둘러 전망 수정에 나섰다. 이날 한국은행은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월 수준(3.2%)을 웃돌 것으로 봤으나, 오름폭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났다”면서 “올해 물가상승률도 11월 전망인 2.3%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달 25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3%로 상향조정했다. 그러나 일주일 만에 이를 웃돌 수 있다며 전망을 수정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물가안정 목표수준인 2%를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최근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로 향후 물가 흐름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이 심화·장기화될 경우 국내에서도 물가 상승 압력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픽=이은현

◇ 12월도 3%대 물가 전망…한은, 1월 추가인상 유력

가파른 물가 상승세를 억제하기 위해 한은이 서둘러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1%로 인상한 뒤 내년 1분기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12월 물가 상승폭이 11월보다는 둔화되겠지만, 여전히 3%를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재영 KB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이후 국제유가 하락과 유류세 인하 효과가 12월에 반영되면서 물가 상승폭이 둔화될 것”이라며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근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도 물가를 밀어올리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각국의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되면 공급망 병목현상이 심화되고, 이는 생산·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도 “최근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등으로 향후 물가 흐름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글로벌 공급병목이 심화·장기화될 경우 국내에서도 물가 상승 압력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독일 하노버의 한 음식점에서 경찰이 손님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를 확인하고 있다.

한국은 물론 미국, 유럽 등 주요국에서도 물가가 뛰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공포가 번지고 있다. 독일의 11월 소비자물가가 5.2% 상승하면서 2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월까지 6개월 연속 5%를 웃돌았다.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내년 하반기에 안정될지 확신할 수 없다”고 1일(현지시각) 말했다.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이다. 파월 의장은 전날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에 따라 연준이 테이퍼링을 종료 시점을 내년 3~4월로 앞당기고 예상보다 빨리 정책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