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로 인상했다.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진 데다, 집값이 뛰고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등 금융불균형이 심화된 상황을 고려해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써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제로(0)’ 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연 1.00%로 0.25%포인트(p) 올리기로 결정했다. 올해 들어 2번째 금리인상이다. 기준금리가 1%대로 올라선 것은 1년 9개월 만이다.

그래픽=이은현

한은 금통위는 올해 8월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0.75%로 한 차례 올리면서 금리인상 행보를 시작했다. 이어 10월에는 금리를 동결하며 숨 고르기를 했다가 3개월 만인 11월에 추가 인상을 단행했다. 앞서 금통위는 코로나 확산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로 낮춘 뒤 14개월 연속 0%대 금리를 유지했다.

그러나 저금리에 돈을 빌려 부동산·주식에 투자하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로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부동산 가격이 치솟는 등의 부작용이 커지자 15개월 만인 올해 8월에 기준금리를 0.25%p 올렸다. 당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누적된 금융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첫발을 뗀 것”이라며 연내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번에도 금통위는 가계부채를 억제하고, 높아진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에 선제 대응하는 차원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신접종 확대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에 힘입어 경제가 양호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 빚(가계신용)은 올해 9월말 기준 1845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대출 옥죄기’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내 집 마련 수요가 지속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진 영향이다. 증가 속도는 이전보다 둔화됐지만, 주택담보대출까지 억제될 정도의 효과가 나타나려면 정부 규제에 더해 기준금리 인상폭도 커져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 점도 금리인상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올해 4월부터 6개월 연속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인 2%를 웃돌았고, 지난달에는 약 10년 만에 3%대로 올라섰다. 그간 시중에 과도하게 풀린 돈이 자산가격 상승을 부채질했고 하반기 들어서는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 가격 급등이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변수로 부상했다. 이주열 총재도 “글로벌 공급병목과 함께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수요측 물가 압력이 높아지면서 예상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한은이 10월 금통위에서 양호한 경기 회복세, 금융불균형 완화, 물가 안정 등을 근거로 연내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해온 만큼, 이번 기준금리 결정은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채권시장 전문가 90%는 한은이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날 이주열 총재가 내년 1~2월 추가 인상 시그널(신호)을 보낼지 여부가 시장의 최대 관심사다. 금통위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문에서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점진적’에서 ‘적절히’로 수정했다. 문구 수정 관련해 이 총재는 “한 차례 인상 이후 무조건 건너뛰는 것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언급해 내년 1월 연속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