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전 12시50분. 기획재정부 청사 1층. 출입 게이트까지 약 3m 길이의 복도에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들어가려는 공무원들로 가득 찼다. 공무원들의 입에서는 불만 가득한 목소리들이 가득했다. 이유를 들어보니, 최근 정부청사관리본부는 출입구 시스템을 얼굴인식 방식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문제는 얼굴인식이 잘 안된다는 점이다. 실제 이날 줄의 맨 앞에 있는 사람들은 카메라 앞에서 마스크를 벗었다 썼다를 반복하며, 출입구가 열리기를 기다렸지만 화면에는 "인식할 수 없다"는 메시지만 표시될 뿐, 좀처럼 문이 열리지 않았다. 결국 시간이 지체되고 줄은 점차 길어졌다. 최근 출근과 점심시간에 반복되는 모습이다

결국 청사 안내원이 나섰다. "다시 찍어보세요", "가민히 있어보세요", "불빛이 들어오면 신분증 카드를 찍으세요"라며 소리쳤지만, 문이 열리지 않자 들어가려는 공무원도 청사 안내원도 당황스러웠다. 정부청사관리본부는 얼굴인식 방식을 도입한 '스피드 게이트'라고 홍보했지만, 현실은 '딜레이 게이트'였다. 이에 대해 정부청사관리본부 측은 "인물 사진과 실물 간의 괴리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는 한가한 소리만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그동안 가동되지 않았던 얼굴인식 출입 시스템이 15일부터 청사 출입 보안 강화를 위 재가동 되었다.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는 단계적 일상회복에 따라 정부청사 얼굴인식시스템을 15일부터 전면 시행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0일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5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 따라 얼굴인식 출입시스템을 재가동했다. 정부청사관리본부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지난해 3월 마스크를 벗고 얼굴인식을 해야 하는 출입 시스템을 중단했다가 1년 8개월 만에 전면 재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시행 일주일도 안돼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인식률이 떨어져 얼굴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기자도 청사를 오가면서 출입구 시스템을 경험한 결과, 최소 2~3번에서 많게는 4~5번까지 얼굴 인식을 반복해야 했다. 특히 인식 문제로 출입구 앞에서 대기하는 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마스크를 반복적으로 벗고 얘기해야 하는 상황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할 수 있다. 일부는 안경을 착용할 경우, 인식이 안되면서 마스크와 안경까지 벗고 쓰기를 반복했다. 일부는 게이트 위 모니터에 촬영된 얼굴 사진이 외부에 공개되는 것에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과거 시스템의 경우, 모니터가 청경만 볼 수 있도록 꺾여 있었다.

상황이 이렇자, 각 부처 내부 게시판에는 인식률이 떨어지는 얼굴인식 출입구 시스템과 정부청사관리본부의 대처에 대해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A부처의 경우 "5번은 해야 하는데 짜증난다", "막대한 예산 그만 쓰고 그냥 출입구 들어가면 청경분들이 확인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도대체 얼마나 싸구려를 갖다 썼길래, 인식률이 이정도인지. 요즘 무료 앱도 인식률이 이정도보다는 높을 것 같다. 사진의 문제가 아니라 기계 자체의 인식률이 안좋을 것 같다", "아침 출근길마다 청경분들과 눈치싸움하는 것 같은 느낌", "청사관리소의 갑질의 시작", "기계만 알면되지, 왜 사람 얼굴을 공개하나, 인권침해 같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B부처 한 간부는 "보안 차원에서 이뤄지는 일이기 때문에 얼굴인식 시스템 도입에는 찬성한다"며 "다만, 공무원이라도 결국 사용자인데, 이렇게 사용성이 떨어지는 시스템을 가지고 출입구 정책을 운영한다는 게 의아하다. 만약 이게 정책이었다면, 감사를 받아야 하는 수준이다. 차라리 네이버나 카카오 등에 개발을 맡기는 게 더욱 효율적일 것 같다"고 했다.

/각 부처 취합

정부청사관리본부가 얼굴인식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최근 불거진 보안사고 때문이다. 지난 1월 마약을 투약한 20대 남성이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건물에 침입해 돌아다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정부청사관리본부는 이 같은 사실을 10시간여 뒤에야 인지하고 뒤늦게 경찰에 신고하면서 뒷북 논란이 일었다. 해당 남성은 마약을 투여한 상태로 약 3시간 동안 복지부 청사 내부를 돌아다녔고, 복지부 장관 집무실 앞에도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청사 내 보안이 강화되면서 청사 주차장도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

청사관리본부가 얼굴인식 시스템을 최초로 도입한 것도 보안사고 때문이었다. 지난 2016년 7급 공무원 시험 준비생 A씨가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침입해 시험 담당자의 개인용 컴퓨터에 접속,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시험지를 훔치기 위해 5~6차례 청사에 몰래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청사관리본부는 최근 청사의 얼굴인식 게이트 오류에 대해, 기계 문제가 아닌 사진 현행화와 공무원들의 사용법 미숙을 꼽았다. 정부는 2016년 얼굴인식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실물과의 대조를 위해 공무원들의 사진을 전부 촬영했다. 그 사이 신분증 교체, 승진, 개인 취향 등에 따라 사진을 교체한 사람도 있지만, 2016년 사진을 신분증에 그대로 사용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5~6년간 변화된 사람의 얼굴을 기계가 인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청사관리본부 관계자는 "최근 청사의 얼굴인식 출입구의 인식 오류에 불편하다는 신고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재가동 하면서 그 사이 사용에 미숙한 측면이 있고, 특히 인물 사진과 실물 간의 괴리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했다. 이어 "계속해서 사진을 현행화(재촬영) 해달라고 부처들에 공지를 하고 있어, 사진이 현행화 될 경우 인식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마스크를 내리고 사진촬영하는 문제는 청사 직원들의 백신 접종률이 80%를 넘었고, 방역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얼굴 모니터를 공개한 것은 본인이 촬영된 사진을 보고 현행화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처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