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가 연일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과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우려에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 가치가 오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강달러 흐름이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도 1200원을 향해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외화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 美 소매판매 호조에 달러 가치 상승

18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화는 지난 16일(현지시각) 예상치를 웃돈 미국 10월 소매판매 결과에 힘입어 상승했다. 지난 17일 주요국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95.871까지 오르면서 1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날 96선 목전인 95.978까지 치솟은 이후 이틀째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미 상무부는 10월 소매 판매가 전월 대비 1.7% 증가했다고 밝혔다. 3개월 연속 증가세다. 최근 높은 물가 상승률에도 불구하고 미국 가계의 소비심리가 여전히 강하는 점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통신은 해석했다. 소비 호조에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졌고, 이와 함께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면서 미 국채금리가 뛰고 달러 가치도 오른 것이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1.634%까지 상승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소비심리 회복은 물가상승 압력 속 유의미한 결과지만, 동시에 연준의 조기 금리 인상 우려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견조한 경기 회복은 고용 증가를 불러오고, 이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의 빠른 진행과 조기 금리인상 요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월가 "인플레 우려에 달러화 강세 당분간 지속"

월가에서는 공급망 차질, 국제유가 급등에 소비 회복까지 맞물려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당분간 달러화도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연준이 예상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을 잠재우기 위해 '돈줄 죄기'를 서두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연준의 긴축 전환이 달러화 강세를 부채질할 것이라고 봤다.

연준 내에서도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6일(현지시각) "연준이 상당히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조금 더 매파(긴축 선호)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내년 6월 채권매입을 종료한 뒤 금리를 두 차례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환율, 당분간 1180원선 등락…테이퍼링 가속화시 1200원 육박"

인플레이션 우려가 달러화 가치를 밀어올리면서 원·달러 환율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6원 오른 1182.5원에 마감하면서 나흘 만에 1180원대로 올라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일평균 1170.4원에서 지난달 1181.9원으로 한 달 사이 11.4원 올랐다. 이달 들어서도 1170~1180원 안팎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다만 달러화 가치가 16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데 비해 원화 가치 하락폭은 크지 않았는데, 최근 환율 추가 상승을 전망한 기업들이 기업들이 수출 대금을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달러화를 쌓아두면서 원화 가치 하락폭이 제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달러화 강세 국면에 일본 엔화와 유로화 가치가 급락한 가운데 원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덜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달 들어 달러인덱스가 2.1% 상승할 동안 원·달러 환율은 0.45% 오르는 데 그쳤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 높은 물가 상승 흐름 등에 힘입어 강달러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도 연말까지 1180원 안팎에서 높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다음달 초중순 발표되는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연준이 테이퍼링 속도를 바꿀 정도로 기대치를 웃돌 경우 환율이 일시적으로 12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환경과 미 통화정책에 대한 외환시장의 민감도가 높은 만큼, 시장의 관심사가 미 테이퍼링 가속화 여부에 쏠려 있다"면서 "이르면 다음달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관련 발표가 나올 수 있는데, 테이퍼링 가속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 FOMC 전후로 원·달러 환율도 단기적으로 12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테이퍼링 속도 조절의 판단 근거가 되는 미 고용지표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우려할 수준이 아니면 환율 오름폭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완만한 달러화 강세와 맞물려 원화도 완만한 약세를 보일 전망"이라면서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달러화의 강세 방향성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