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유(原乳·우유의 원재료) 가격의 생산비 연동제 폐지를 8년만에 추진한다. 원유 가격이 시장의 수요 감소와 상관없이 생산비와 물가에만 연동돼 자동으로 오른 탓에 한국산 우유의 가격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이 지난 8월 정부세종청사에서 낙농산업 중장기 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낙농 산업 발전위원회 운영계획'에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식품부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낙농가와 소비자단체, 우유회사 등이 참석한 제3차 낙농산업발전위원회를 열고 우유 가격결정 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가격결정 방식은 용도별 차등 가격제다. 흰 우유를 만드는 음용유와 치즈 등의 원료로 사용하는 가공유 가격을 다르게 정할 수 있또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가공유 가격 인하에 따라 예상되는 농가의 소득 하락 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가공유 수요량을 현재보다 많게 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농가가 보유한 우유 쿼터는 204만9000t인데, 이 물량 내에서는 수요에 관계없이 L당 1100원에 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부안에 따른 개편 후 수요량은 음용유 186만8000t과 가공유 30만7000t 등 총 217만5000t에 이른다. 가공유 가격은 낮추되 수매량은 늘리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방안이 현실화되면 낙농가 소득이 7799억원에서 7881억원으로 1.1%가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우유회사가 가공유를 수매할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국내 기업이 경쟁해야 하는 해외 기업들의 가공용 원유 가격이 평균 L당 400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900원 선으로 낮춰도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공유 가격 중 100~200원가량을 정부가 보조하되 나머지 차액은 우유회사가 내도록 하면 된다는 계획이다.

거래는 원유가격 연동제를 따르지 않고 생산자단체와 수요자의 직거래 방식으로 진행하도록 한다. 지난 2013년 도입된 원유가격 연동제는 물가와 낙농가의 생산비에 따라 원유가격을 정하도록 한다. 원유 가격 연동 제도는 수요 변화 등과는 상관없이 원유 가격을 계속 끌어올렸다는 지적을 받는다. 무조건 생산비를 보전해주는 방식이어서, 수요가 줄어도 공급을 줄이거나 생산비를 절감하려는 노력을 요하지 않는 부작용이 발생해왔기 때문이다.

정부의 개편안에 낙농업계와 우유회사는 동시에 반발하고 있다. 낙농업계는 가격차등제와 원유가격연동제 개편으로 원유 생산 기반이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고, 우유회사들은 가공유 가격 인하 폭이 부족하다는 불만이다.

국민 한 사람 당 흰 우유 소비량은 매년 줄어, 지난해에는 한 사람당 26.3㎏으로 1999년 24.6㎏ 이후 가장 적었다. 그럼에도 낙농진흥회는 원유 가격을 리터(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 올렸다. 수요가 줄면 가격이 떨어져야 하는 시장 원리와 관계 없이 원유 가격이 결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