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과 유류 등 원자재값을 중심으로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지난 10월 물가상승률이 3.2%를 기록했다. 문제는 11월에도 원유 등 원자재값 상승과 전기요금 인상분 반영, 일부 우유값 인상 등으로 서식민들의 가계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4% 달성을 위해, 지난 3분기 부진했던 소비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1일부터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에 맞춰 소비쿠폰을 재개하고 대규모 쇼핑행사인 '코리아세일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여기에 본격적인 위드코로나가 시행될 경우,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물가상승 압력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촉발 시킨 6차 재난지원금도 변수로 떠올랐다. 이 후보는 지난달 29일 간담회에서 "자영업자 손실보상의 하한을 올리고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추가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번 정기국회 국면에서 (재원을) 최대한 확보하고 추경(추가경정예산)까지 신속하게 하는 방법도 감안하겠다"고 말했다. 이틀 뒤 이 후보는 "코로나 국면에서 (재난지원금을 1인당) 추가로 최하 30∼50만원은 해야 한다"며 구체적 금액까지 언급했다. 현재 인구 5166만2290명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으로 재난지원금으로 15조5000억원에서 25조8000억원의 유동성이 풀리는 셈이다.
2일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7(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2%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에 진입하기는 2012년 2월 3.0% 이후 9년 8개월 만이다. 특히, 3.2%는 역시 2012년 1월 3.3% 이후 9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월(2.3%), 5월(2.6%), 6월(2.4%), 7월(2.6%), 8월(2.6%), 9월(2.5%) 등으로 6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다가 지난달에는 3%대까지 뛰어올랐다.
◇안 오른 게 없다, 유류세 인하 효과도 떨어져... 저소득층 물가에 '곡소리'
지난달 전년대비 3.2% 오른 소비자물가 상승률에서 공업제품의 기여도는 1.40%포인트로 가장 컸다. 공업제품은 1년 전보다 4.3% 상승해 2012년 2월(4.7%)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특히 석유류 상승률이 27.3%로 2008년 8월(27.8%) 이후 가장 높았다. 휘발유(26.5%), 경유(30.7%), 자동차용 LPG(27.2%)가 모두 상승했다. 전기·수도·가스 물가는 1.1% 올랐다.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인상 영향으로 전기료가 2.0% 상승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의 물가 현황을 보면, 10월 넷째주(10월25~29일) 전국 평균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지난주보다 30.3원 오른 리터(ℓ) 당 1762.8원으로 집계됐다. 2014년 10월 넷째주(1776.4원) 이후 7년 만의 최고치로,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최근 6주 연속 오름세를 타고 있다. 10월 넷째주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전주보다 0.4달러 오른 배럴당 83.4달러 수준이다.
문제는 오는 12일부터 휘발유·경유·LPG부탄 등에 붙는 유류세 인하(20%)분이 반영되는데, 고유가 추세가 지속되면 인하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6일 비상경제중대본 회의에서 유류비 부담완화를 위해 오는 12일부터 내년 4월말까지 약 6개월간 유류세를 역대 최대폭인 20% 인하하는 물가안정방안을 발표했다.
이억원 기재부 차관은 이날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유류세는 정유사 반출단계에서 부과되기 때문에 12일 유류세 인하조치 시행 이후에도 인하 전 반출된 휘발유가 시중에 유통되며 인하효과 반영까지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며 "유류세 인하분인 휘발유 기준 리터당 164원이 소비자가격에 신속히 반영되도록 유류세 인하 실효성 제고 대책을 철저히 수립·집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류세 인하 만으로 물가 부담이 완화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식재료에서 가공식품까지 안오른 게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빵(6.0%)을 비롯한 가공식품은 3.1% 올랐다.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0.2% 올랐다. 다만 8월(7.8%)과 9월(3.7%)보다 오름세가 크게 둔화했다. 배추(-44.6%), 사과(-15.5%), 파(-36.6%) 등 농산물은 6.3% 내렸으나, 달걀(33.4%), 돼지고기(12.2%), 국산 쇠고기(9.0%), 수입 쇠고기(17.7%) 등 축산물은 13.3% 올랐다. 특히 식품류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체감물가는 고소득층보다는 저소득층에 집중되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소득계층별 물가 상승률 차이'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월부터 올 9월까지 고소득층인 소득 5분위(상위 20%) 물가 상승률은 2.66%인 반면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하위 20%)는 3.60%로 고소득층에 비해 0.94%포인트나 높았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서 파악한 소득 1∼5분위의 소비지출 가중치를 반영해 소득분위별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재산출한 결과다.
◇ 물가 상승 속 일상회복... 이재명發 재난지원금 "물가 악영향"
치솟는 물가로 인해 가계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부터 전기요금과 일부 우유값 인상분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롯데푸드는 이달부터 파스퇴르 우유 등 주요 유제품 가격을 평균 5.1% 올린다. 전기요금의 경우 4분기(10~12월분) 연료비 조정단가(kWh당 -3원에서 0원으로 조정)에 따라 이달부터 요금 인상분이 반영된다.
소비를 촉진하는 카드 캐시백, 소비쿠폰 사업 등 위드 코로나 영향으로 수요가 늘면서 물가를 더 자극할 여지가 크다. 한국은행은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의 국내 파급, 단계적 일상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 등의 영향으로 물가가 계속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수입물가의 경우 9월에 전월 대비 2.4% 올라 7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정부가 고물가 상황에서도 기재부가 지난 6월 하반기(7∼12월) 경제정책방향에서 밝힌 4%대 성장률 목표치 숫자를 맞추는 것에 정부 역량을 '올인'하는 것도 물가 부담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지난 3분기 마이너스 성장(-0.3%)을 나타낸 민간소비를 되살리기 위해 각종 소비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다. 오프라인 소비 쿠폰 사업을 전면 재개하고 대규모 소비 할인 행사도 열기로 했다. 또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에 맞춰 소비 촉진를 일으키기 위해 외식·숙박·여행·체육·영화·전시·공연·프로스포츠 관람·농축수산물 등 9개 쿠폰 사용을 재개한다. 이달 중 총 1832개 업체가 참여하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2021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도 열린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소비부양이 인플레 압력을 자극한다고 보고 있다.
이 후보가 요구하는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면 인플레 압력을 더욱 높아진다. 지원금으로 뿌려지는 나랏돈이 시중 유동성 증가를 부채질 하기 때문이다. 수십조원의 돈이 풀리면서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나라의 곳간지기 역할을 하는 기재부가 이 후보의 재난재원금 추진을 반대할 수 있을지 여부다. 그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신을 발위하면서도, 번번히 여당의 뜻대로 정책을 결정해왔다. 5차 재난지원금도 전 국민 대상이 아니긴 했지만 소득 상위 88%에 지급되며 '무늬만 선별'이란 비판을 받았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기재부의 정치적 부담도 크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물가 측정에서 제외되는 자가주거비(집을 사며 받은 대출이자와 부담하는 각종 세금 등)를 고려하면 국민들의 체감물가는 2%대를 넘어 이미 4% 안팎에 이를 것"이라며 "정부의 각종 소비책에 재난지원금 유동성까지 풀린다면,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이 더해지면서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특히 이 후보의 재난지원금이 현실화 될 경우, 이는 정부의 소비진작책을 뛰어넘어 물가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