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중심의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생산능력 대비 생산실적을 뜻하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지난 9월 73.5%로 8월에 비해 0.6%포인트 떨어졌기 때문이다. 공장 가동률이 줄고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제조업 출하는 전달에 비해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작년과 비교하면 출하가 5.6%나 줄어든 셈이다. 반면 재고는 지난 8월에 비해 1.2% 증가했다. 반도체의 재고가 급증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제조업 지표가 부진한 것은 반도체 수급 부족에 따른 자동차 산업의 생산·출하 등이 부진한 영향이다. 자동차 생산은 작년에 비해 9.8% 급감했고, 전기장비(-5.2%) 등 생산도 줄었다. 특히 우리 경제를 그간 지탱해오던 반도체 생산도 1.6% 감소했다.
◇반도체 부족에 자동차 산업 '직격탄'... 생산·내수·수출 '트리플 감소'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21년 9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광공업생산은 전달보다 0.8% 줄었다. 지난 8월(-0.7%)에 이어 2개월 연속 마이너스(-) 흐름이다. 광공업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조업 생산은 0.9% 감소했다. 기계장비(3.6%)와 식료품(2.4%), 전자부품(2.7%)은 늘었지만, 자동차(-9.8%)와 전기장비(-5.2%), 반도체(-1.6%)는 감소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 등에 따른 자동차업체의 생산 조정이 있었고, 도난, 화재 및 유사 경보기와 2차 전지셀(Cell) 등의 생산 감소가 같이 이뤄진 결과다.
실제 지난달 자동차 생산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에 따른 일부 공장 휴업과 추석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 영향으로 33.1% 감소한 22만9423대에 그쳤다.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내 차용 반도체 공급병목현상 심화됐고 추석연휴 주간전체 휴무로 조업일수까지 감소하면서 생산실적이 전반적으로 급감했다.
내수는 반도체 공급부족에 따른 출고 적체 현상 심화 등으로 지난해보다 29.7% 감소한 11만3932대를 기록했다. 수출은 작년보다 20.7% 감소한 15만1689대를 기록했고, 수출금액도 같은 기간 6.1% 줄었다. 지난달 자동차 산업은 생산, 내수, 수출이 모두 감소하는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촉발된 공급망 충격이 현실화 되는 상황이다.
제조업 출하는 소폭 0.2% 늘었다. 석유정제(5.9%)와 1차 금속(3.9%), 기계장비(2.3%)를 중심으로 호조를 나타냈다. 반면, 자동차(-6.0%)와 반도체(-2.7%), 전기장비(-4.9%)는 부진했다. 내수 출하는 자동차(-10.8%) 탓에 0.5% 감소했지만 수출 출하는 1.2% 증가했다.
재고는 1.2% 증가했다. 제조업 '재고/출하' 비율(재고율)은 113.2%로 1.1%포인트 상승했다. 8월 112.1%로 전달보다 7.7%포인트 오른 이후 또 한 번 상승을 이어간 것이다. 재고는 반도체(11.2%)와 화학제품(2.4%), 통신·방송 장비(18.0%)를 중심으로 늘었다. 기계장비(-4.0%)와 자동차(-2.2%), 석유정제(-4.0%)는 줄었다.
◇반도체 마저 '불안'... 통계청 "산업 곳곳에서 공급망 차질 영향"
문제는 한국 수출의 대들보 역할을 해왔던 '반도체' 수출에 위기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왔지만, 전년 대비 성장폭은 전달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특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늘면서 내년에는 반도체 가격이 올해보다 20%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제조업 가동률 지수는 0.8% 줄었다. 식료품(3.1%)과 기타 운송장비(6.0%), 전자부품(2.9%)은 개선됐지만, 자동차(-11.8%)과 전기장비(-4.4%), 반도체(-1.0%)는 부진했다.
지난 9월 D램 반도체 수출은 37억8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8.7% 증가했지만, 수출 증가폭이 크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에는 37억6000만 달러를 수출해 전년 대비 55.1%의 성장을 거뒀다. 7월에도 D램 수출액은 전년 대비 39.8% 늘었다. 불과 한 달 사이 수출 증가률이 26.4%포인트(p)나 줄어든 것이다.
D램 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등 전체 반도체 수출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지난 9월 전체 반도체 수출은 122.3억 달러로 전년 대비 27.4% 늘었다. 하지만 8월(42.2%)에 비해서는 증가율이 14.8%p 줄었다. 반도체 수출액 증가률이 20%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5월 4개월 만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피크 아웃(Peak Out·경기가 정점을 찍고 하강)'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산업 곳곳에서 공급망 차질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자동차 산업은 반도체 수급 부족에 따른 영향이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만 반도체는 주문생산 중심이기 때문에 재고의 의미를 다르게 볼 수 있고, 재고가 평균으로 회귀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서비스 생산·소비는 '회복'... 4분기 불확실성 '여전'
반면, 서비스업 생산은 1.3% 증가했다. 3개월 만에 오름세다. 숙박·음식점(10.9%), 운수·창고(4.5%), 전문·과학·기술(3.5%), 예술·스포츠·여가(11.2%)를 중심으로 늘었다. 금융·보험(-0.6%)과 부동산(-1.5%)은 줄었다. 소매 판매도 2.5% 늘었다. 올해 3월(2.5%)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승용차 등 내구재 판매는 1.7% 감소했지만, 화장품 등 비내구재와 의복 등 준내구재는 각각 3.8%, 5.1% 증가한 게 영향을 미쳤다.
어운선 심의관은 "기본적으로 백신 접종이 확대했고, 사적 모임 제한이 완화하면서 외부활동 수요가 증가한 게 컸다"면서 "국민지원금 지급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생산과 소비가 증가하고 있지만, 반면 제조업의 경우, 코로나19 사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다음달 1일부터는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방역체계가 전환되면서 내수 회복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로 다음주부터는 사적모임 인원 제한이 수도권은 10명, 비수도권은 12명으로 완화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단계적 일상회복 추진에 따른 방역체계 전환 또한 대면서비스업 등 내수 회복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글로벌 공급 차질이 지속되는 등 경기 회복의 불확실성 요인도 존재한다. 현재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101.2로 전월대비 보합을 나타냈지만,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102.1로 전월대비 0.3포인트 하락하며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백신 접종이 확대했고, 사적 모임 제한이 완화하면서 외부활동 수요가 증가한 하면서 소비가 늘었고, 대면 서비스업의 생산이 증가했다"며 "다만 이러한 회복세가 제조업에 전이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충격에 이어, 글로벌 공급망 쇼크에 따른 실적 부진과 수출 둔화가 예상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인데, 정부가 관련해 국내 제조업의 공급망에 대한 지원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