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7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차기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정책들이 쏟아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40% 상향은 뚜렷한 실행 계획이나 제대로 된 지원책도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해 놓을테니, 해결은 다음 정부에서 하라는 '나 몰라라' 정책인 것이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감축률 40%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기준(7억2760만 톤)보다 약 2억9100만 톤의 탄소를 더 줄여야 한다. 기존안(5억5360만톤)보다는 9950만톤을 추가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매년 4.17%씩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는 데 선진국과 비교하면 최대 2배 이상의 규모다.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마저 가동이 중단되는 상황에서, 온실가스 40% 감축목표는 제조업 중심의 우리나라 산업구조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화상으로 열린 '에너지 및 기후에 관한 주요 경제국 포럼(Major Economies Forum on Energy and Climate, MEF)'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떻게' 없는 40% 감축목표

18일 국회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5대 발전자회사는 국회 국감자료를 통해, 정부의 NDC 40% 상향에 대해 재무상황이 악화될 수 있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NDC가 상향을 위해서는 석탄화력 발전소 이용률을 30~40% 줄여야 하기 때문에, 요금 보전을 위한 발전사의 손실이 커진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온실가스 40% 감축목표는 준비가 되지 않은 '과속 정책'이라는 평가가 많다.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정점인 2018년보다 40% 낮추겠다고 공헌 했지만 '어떤 방법'으로 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저 공공과 산업계의 동참을 유도하겠다는 진부한 전략 뿐이었다. 전문가들은 온실가스를 40% 줄이기 위해서는 국내 전력 생산 구조부터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가동이 줄면서 부족한 전력을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확산을 통해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것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가 NDC 시나리오

한국전력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신재생 발전설비 규모는 전년 동기(18.5GW) 대비 23% 증가한 22.7GW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전체 발전 설비용량 131.3GW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7.3%에 육박해, 원전 설비용량 23.3GW(17.7%)에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다만 실제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양은 여전히 적다. 올해 1∼7월 기준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만5742GWh로, 전체 발전량 중 7.7% 수준이다.올해 7월까지 국내 발전량 비중은 석탄(33.3%), LNG(30.4%), 원전(26.9%), 재생에너지 등 순으로 나타나 여전히 화력 발전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탈원전 정책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신재생 발전 용량이 급진적으로 늘어나지 않는다면 화력 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는 화력 발전을 멈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지난 5일 국정감사에서 "2050년 탄소 중립 목표 달성 이전에 석탄 화력발전소의 조기 폐쇄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신재생 발전 보급이 느린 상황에서 원전을 줄이고 화력 발전을 줄이겠다면 무엇으로 전기를 생산한다는 건지 의문스럽다"며 "여기에 온실가스는 40% 감축하겠다면서 화력 발전 폐쇄는 하지 않겠다는 말은 앞 뒤가 맞지 않다"고 했다. 이어 "40%라는 숫자는 탈원전 정책을 정당화 하기 위해 나온 것 같다. 온실가스 40% 감축을 위한 부담과 비용은 차기 정부과 국민의 몫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대표. /연합뉴스

◇벌써부터 '탄소세' 솔솔... '요금인상? 다음 정부에 고민하던지'

실제 여권 차기 대권 주자들은 이미 '탄소세 신설'에 시동을 걸었다. 민주당 대선 후보자로 지명된 이재명 후보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탄소세를 도입하겠다는 공략을 내놨다.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도 마찬가지다. 심 후보는 "탄소세를 도입해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세율을 인상하겠다"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의 윤석열·홍준표 후보들은 기후 위기 대응에 상대적으로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국민과 기업 등의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산업계에서는 40% 감축 목표 자체를 감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우리나라를 먹여살리는 철강, 자동차, 반도체, 석유화학 등 대표 산업들이 줄줄이 생산량을 줄이거나 막대한 비용을 들여, 탄소배출 감축 설비와 장비를 설치하거나 탄소배출권을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공공요금과 예산 집행 분야에서도 정부의 막무가내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 기재부는 물가가 2%대로 급등하자, 도시가스 요금 등 하반기 공공요금 '동결' 카드를 꺼내들었다. 에너지 주무부처인 산업부와의 협의도 없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80달러를 넘어섰고, 도시가스에 사용되는 액화천연가스 가격은 56달러 선으로 1년 전 5.2달러에 비해 10배 이상 비싸졌다. 하지만 도시가스 요금은 15개월 째 동결 상태다.

문제는 정부의 입장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 5일 국감에서 "공공요금은 하반기에 동결을 하고 꼭 요인이 있더라도 내년으로 분산이 될 수 있도록 대응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물가 관리 실패의 책임을 비롯해, 원자재값 급등에도 인위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공공요금을 인상 압력을 다음 정부에 떠넘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서울의 한 주택가의 도시가스 계량기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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