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원·달러 환율이 1196원에 상승 출발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이날 오전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한 뒤 환율은 장중 12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원 내린 1196원에 출발하면서 전날 종가 기준 연고점인 1194.6원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전 9시50분쯤 기준금리를 현 0.75%로 유지한다고 발표한 직후에는 환율이 1200원을 돌파했다. 환율이 장중 12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7월 28일(1201원) 이후 1년 3개원 만에 처음이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하는 등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위험자산 기피 심리가 강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고, 원·달러 환율을 밀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국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94 중반대로 올라섰다.

11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17달러(1.47%) 오른 배럴당 80.5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이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14년 10월 31일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전날보다 1.26달러(1.53%) 상승한 배럴당 83.65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은 이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최근 공급 측면의 병목현상이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천연가스, 석탄,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는 주요국 국채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순매도 흐름도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2000억원 이상 순매도 중이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원·달러 환율이 조만간 1200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모건스탠리는 원화 약세의 요인으로 외국 자본의 흐름과 한국 투자자의 해외 투자 흐름, 무역수지, 한국은행의 매파적(긴축 선호) 태도라고 꼽았다. 원·달러 환율 예상 범위는 연말까지 1220원에서 1230원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