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0.75%)으로 유지하기로 12일 결정했다. 이미 지난 8월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상한 한국은행이 2회 연속으로 금리를 올리지 않고 숨 고르기 차원에서 이달 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부채가 1800조원 수준으로 불어나고, 집값이 치솟는 등 금융불균형 문제가 심각하지만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실물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최근 증시 불안 등을 고려해 추가 금리인상 결정을 다음달로 미룬 것으로 분석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0.75%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코로나 확산 이후 1년 3개월 동안 연 0.50%로 유지해온 기준금리를 지난 8월 0.75%로 0.25%포인트(p) 인상하면서 금리인상 사이클의 시작을 알렸다. 당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가겠다”면서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금통위는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경기 지표 부진과 증시 불안 등을 감안해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 따르면 8월 생산, 소비, 투자가 3개월 만에 일제히 감소했다. 코로나 4차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대면 서비스업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둔화됐고, 소비심리가 악화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진 모습이다.

국내 증시도 요동쳤다. 코스피지수는 지난주 3000선이 무너지면서 연중 최저점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유가 등 원자재값 급증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가운데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난항,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행보, 중국 헝다그룹 파산 위기까지 겹친 영향이다.

과거 한국은행이 2회 연속으로 금리를 올린 사례가 한 번 뿐이라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그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돌아선 기간을 보면, 첫 금리인상 결정 이후 추가 인상까지 최소 3개월, 길게는 12개월 이상의 시차가 있었다. 점진적 금리인상을 통해 금융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 2007년에만 이례적으로 7월 금리인상 결정 직후 8월 금통위에서도 금리를 연속으로 올린 바 있다.

다만 한은이 가계부채 증가 속도 억제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해왔기 때문에 오는 11월 금통위에서는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영경 한은 금통위원은 지난달 한 행사에서 “8월 기준금리 인상에도 현재의 통화정책 상황은 여전히 완화적인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리인상기에는 채권시장과 금융시장 안정을 꾀하면서 금리를 올리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한은이 10월에는 한 박자 쉬고 11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통위는 이날 회의 후 공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코로나19의 전개 상황과 성장·물가 흐름의 변화,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