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 파산 위기에 대해서는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23일 오전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추석 연휴기간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상황 및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이승헌 부총재는 “미 FOMC 결과는 시장 예상과 대체로 부합했으나 테이퍼링 종료 시점이 앞당겨지는 등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 태평로 구 삼성본관에 입주한 한국은행.

중국 헝다그룹 위기에 대해서는 “국제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우세하다”면서도 “부동산 관련 부채누증 문제가 현실화된 것인 만큼 동 사태의 전개상황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소지가 상존한다”고 했다.

추석 연휴기간 중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미 FOMC에 대한 경계감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헝다그룹 채무불이행 우려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면서 주요국 주가와 금리가 하락하고 미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

연준은 21~22일(현지시각) 열린 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현 수준(0.00∼0.25%)에서 동결하고, 매월 1200억달러에 해당하는 자산매입 규모를 유지하는 등 기존의 완화적 정책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정책결정문에서 “경제상황 진전이 예상대로 계속된다면 곧 자산매입 속도를 완화하는 것이 타당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빠르면 다음 회의에서 테이퍼링이 결정될 수 있으며, 내년 중반쯤 종료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연준 위원들의 정책금리 기대를 보여주는 점도표(dot plot)에서는 2022년과 2023년 정책금리 인상을 예상한 참석자가 증가했고, 정책금리 인상 횟수가 상향 조정됐다. 당초 미국이 2023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이르면 내년부터 금리인상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최근 파산 위기에 몰린 중국 헝다그룹(에버그란데)은 23일 선전 증시에서 거래된 2025년 9월 만기 채권에 대한 이자 약 3600만달러를 오는 23일 제때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같은 날 만기가 도래하는 달러화 채권의 이자 8350만달러(약 993억원)에 대한 지급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은행은 “향후 미 연준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중국 헝다그룹 사태 전개상황 등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금융시장 불안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대응방안을 상시 점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