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해양폐기물이 매년 800만톤(t) 씩 바다에 버려지고 있고, 이로인해 발생하는 직·간접 피해액이 연간 3000조원 달한다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지구에 필요한 산소의 80%를 바다가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바다를 지키지 못한다면, 앞으로 지구를 지킬 수 없습니다.”

해양수산부로부터 ‘예비 오션스타’로 지정된 스타트업 포어시스의 원종화 대표는 지난 9일 마포구 합정도 사무실에서 가진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해양폐기물 수거와 처리, 재활용’ 기술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원종화 포어시스 대표가 초음파를 활용한 해양폐기물 전처리 장비인 '포어소닉'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어시스

원 대표는 “해양폐기물은 바다 속이나 해수면에 떠다니는 특성상 수거가 힘들고, 염분 등 오염이 심해 재활용되지 못하고 소각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포어시스는 폐기물 유입차단부터 자동수거와 인공지능(AI) 분류를 비롯해 오염된 폐기물을 소재로 재활용할 수 있는 전처리 기술 등 스마트 해양폐기물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했다.

우리나라 해양폐기물 산업은 지난 2020년 폐기물 해양유입 차단, 수거시설 의무화를 담은 ‘해양폐기물관리법’이 시행되면서 본격화 됐다. 정부의 해양쓰레기 관리 예산도 2017년 520억원에서 올해 1329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해외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 해양쓰레기 관리 예산은 약 4조500억원 수준이다. 포어시스는 해양폐기물 수거·차단 시설 국내 1위 업체가 되겠다는 목표다.

2017년 1월 창업한 포어시스는 그간 접근이 어려운 하천 및 해양쓰레기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거나 수집, 재활용하는 국내 유일 해양쓰레기 전문 기업이다. 지난해 12월 해양수산부로부터 ‘예비 오션스타’ 기업으로 선정됐다. 오션스타는 해양수산 분야 매출액 1000억원을 달성한 벤처·창업을 의미한다. 예비 오션스타 기업이 되면, 해수부의 창업·사업화·투자 프로그램 등을 지원받게 된다.

포어시스의 해양폐기물 수거·차단 장치 /포어시스

포어시스의 사업구조는 크게 ▲해양폐기물 수거 및 관리 ▲전처리 등 재활용 소재 ▲재활용 제품 개발 등이다. 2019년 국내 처음으로 해양쓰레기의 확산을 조기에 방지하는 대규모 해양쓰레기 차단시설을 완성했으며, 실내 실험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난 2월 조달청의 혁신제품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포어시스는 지난 3월 폐그물과 굴·꼬막 껍질 등 패각을 재활용한 ‘탄소저감형 콘크리트 앵커’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콘크리트 앵커는 해저면에 설치되어 해양 부유물이나 각종 선박 등의 설치위치 고정 또는 이동 제한 기능을 제공하는 구조물을 말한다.

납작한 사각형 모양의 기존 콘크리트 앵커는 수평 방향 지지력이 약해, 설치 위치가 연약지반일 경우 앵커가 쉽게 이탈해 버리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포어시스가 개발한 탄소저감형 앵커는 디자인을 버켓(양동이) 모양으로 설계해, 해양 구조물이 쉽게 이탈되지 않도록 했다.

버켓 타입 콘크리트 앵커는 추후 수상 태양광 대규모화를 비롯한 해양 지역 발전 시설물의 안정적인 위치 유지에 사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밖에도 포어시스는 해양폐기물의 염분을 초음파로 세척하는 이동식 해양폐기물 전처리기 ‘포어소닉’도 개발했다.

원 대표는 “폐그물이 철근 역할을 대신하고, 모래 역할은 패각이 담당하면서 일반 콘크리트 앵커 대비 탄소배출량을 30% 줄였고, 앵커 디자인으로 인발저항력은 2배로 키웠다”며 “해양폐기물 차단과 수거 만큼 중요한 것이 재활용이다. 폐기물에서 산업에 사용되는 원료나 소재를 추출하고 나아가 일반 소비자들이 구입할 수 있는 제품들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포어시스는 소셜벤처 트리플래닛과 해양 정화 활동을 펼치는 디프다제주와 함께, 탄소저감형 콘크리트로 만든 ‘푸른바다화분’을 선보인다. 디프다제주의 그린다이버들이 제주 바다에서 버려진 어망을 수집하면, 포어시스가 이를 세척하고 절단·배합 과정 등을 거쳐 탄소저감형 콘크리트 화분(푸른바다화분)을 제작한다. 트리플래닛은 완성된 화분에 나무를 심어 포장하는 일을 맡았다.

원 대표는 “앞으로 폐그물과 패각은 못 쓰게 되어 버려 골칫거리로 여겨지는 폐기물이 아니라, 자원으로 활용되어 다시 세상으로 환원될 것”이라며 “친환경 콘크리트는 화분 뿐 아니라 앵커, 인공어초 등 무궁무진한 활용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한편, 토목공학 박사인 원 대표는 포어시스를 만들기 전까지 대우조선해양에서 바다의 가장 아래, 즉 해저에 설치하는 구조물을 연구했던 연구원 출신이다.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해양구조물 전문가로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즈 후즈 후 인 더 월드’에 등재되고 있다.

-포어시스를 창업하고 해양쓰레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고향이 거제도인데, 바다에 떠다니는 쓰레기들을 많이 봤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우조선해양 근무 당시, 프로젝트로 호주에서 살게 된 경험이 있는데 쓰레기가 없는 바다를 보고 놀랐다. 그간 해양 구조물을 연구하던 사람인데,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을 활용해 바다쓰레기가 없도록 하는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육지에도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데, 해양쓰레기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지구 면적의 70%가 바다이고, 지구의 산소공급량 80%도 바다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파도가 칠때 온실가스를 바다가 흡수하는 데, 해양쓰레기가 많아질 수록 바닷속 산소 발생에 지장이 크다. 또 미세 플라스틱은 플랑크톤이 섭취하면서 바다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는 문제가 있다. 바다가 열조절을 못하면서 기후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바다를 지키는 것이 지구를 지키는 문제가 될 수 있다.”

-해양폐기물 전문업체가 낯설다. 일반 창업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질 것 같은데.

“외국에는 해양 쓰레기 차단이나 수거와 관련된 일을 하는 기구와 기업이 몇몇 있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해양 쓰레기 차단, 수거 및 관리 솔루션을 제공해주는 기업이 전무하다. 창업과 동시에 한국에서 시장을 개척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행히 한국에서도 정부나 지자체의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최근 5년간 연구비만 27억원 정도 사용했다. 해양수산 스타트업이라 정보통신기술(ICT) 창업에 비해, 관심도 적어, 투자를 받거나 실적을 쌓는 일이 힘들었다. 그런 과정에서 해수부의 창업·사업화 지원제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롤모델 기업이 있는지

“국내에서 유일한 기업이기 때문에 롤모델은 없다. 해양폐기물 쪽으로는 전세계적으로 포어시스가 앞서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다만 수거한 폐기물을 재활용하거나 제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작업은 우리보다 디자인 등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많다. 현재 기술개발, 설계, 생산 등의 영역에서 다양한 파트너사들과 협업 플레이를 하고 있다.”

-탄소저감형 콘크리트 버켓 앵커는 무엇인가.

“콘크리트 앵커는 해저면에 설치되어 해양 부유물이나 각종 선박 등의 설치위치 고정 또는 이동 제한 기능을 제공하는 구조물을 말한다. 기존 앵커에 비해 버켓 앵커는 바다속에서 해양 구조물이 쉽게 이탈되지 않는 인발저항력이 2배 크다. 또 폐그물이 철근 역할을 대신하고, 모래 역할은 패각이 담당하면서 일반 콘크리트 앵커 대비 탄소배출량을 30% 줄였다. 해양폐기물 차단과 수거 만큼 중요한 것이 재활용이다. 폐기물에서 산업에 사용되는 원료나 소재를 추출하고 나아가 일반 소비자들이 구입할 수 있는 제품들도 개발하고 있다”

-포어소닉은 어떤 제품인지.

“포어소닉은 해양쓰레기의 염분을 세척하고 탈수할 수 있는 이동식 초음파 전처리 시설이다. 해양쓰레기의 경우 어렵게 수거한 후에도 염분과 이물질 부착으로 육상쓰레기에 비해 처리 비용이 매우 높다. 수거 후 연안이나 항구에 불법으로 방치되거나 소각으로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포어소닉은 화학 세제나 약품을 사용하지 않고 초음파만을 사용해 환경 오염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화학 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오염물질의 특성에 따라 초음파 주파수를 고려해 염분과 이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포어시스의 목표는.

“해수부 등 정부의 해양폐기물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정부의 해양쓰레기 관리 예산도 2017년 520억원에서 올해 1329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전 세계로 확대하면 해양쓰레기 관리 예산은 약 4조500억원 수준이다. 올해 해양폐기물 차단시설의 조달청 혁신제품 등록을 마쳤다. 올해 31억원 매출이 예상되는데 내년 100억원을 넘어, 해양폐기물 차단시설과 시장에서 점유율 80%로 1위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