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예산 3조원을 들여 추진하는 어촌 기반시설 현대화 사업인 어촌뉴딜 사업의 실제 집행률이 극히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수부가 사업 추진을 위한 보조금을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주민들 반대로 사업이 연기되거나 위탁업체에서 제대로 수행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실제 집행 가능성을 면밀히 점검하지 않고 보조금부터 마구잡이로 뿌리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예산을 타내기 위해 사업에 선정되기 위한 계획을 급조해 제출하는 지자체, 실제 집행실적보다는 보조금 교부 등 겉으로 드러나는 실적만 신경쓰는 정부, 이에 더해 사업을 직접 집행하는 위탁 수행기관의 무능력으로 인해 수조원을 들인 사업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돼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어촌뉴딜./정부 제공

8일 국회 2020년도 회계연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소관 결산 예비심사보고서에 따르면, 해수부가 추진하는 어촌뉴딜300 사업은 지자체 교부 보조금 집행률이 81.6%(3511억 2000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사업을 위탁받아 시행하는 한국어촌어항공단의 집행 실적은 이에 턱없이 못미치는 18.9%(688억21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촌 뉴딜 사업을 위해 지자체에 사업 예산을 내려보냈지만, 실제 사업 집행에 사용된 예산은 5분의 1 수준이었다는 의미다.

'어촌뉴딜300' 사업은 지난 2019년부터 신규 편성된 사업으로 낙후된 어촌·어항 기반시설을 현대화하고 지역고유자원을 활용한 특화 개발을 지원해 어촌의 재생을 도모하는 지방자치단체 보조사업이다. 해수부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총 사업지 300개소를 선정하고 2024년까지 약 3조원(개소당 약100억원, 국비 70%, 지방비 30%)을 투자할 계획이다. 2020년에는 총 4344억4800만원이 편성됐고, 지자체에 교부된 보조금만 3511억2000만원으로 집행률이 81.6%에 달한다.

하지만 지자체에서 실제 사업을 위탁받은 한국어촌어항공단의 사업 실집행률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지자체 대부분이 사업을 해수부가 선정한 공공기관인 한국어촌어항공단이나 한국농어촌공사에 사업을 위탁하고 있는데, 정부가 지자체에 보조금을 교부하고 지자체에서 이를 위탁기관에 넘기고 있지만, 사업의 실집행은 지연되는 상황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한국어촌어항공단은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300건의 사업 중 114건을 위탁받아 6660억400만원(국비 4689억600만원, 지방비 1970억9800만원)을 수취했는데, 이 중 1558억 2700만원을 집행해 실제 집행률은 23.4%에 그쳤다. 특히 2020년도는 전체 보조금 예산현액(3642억7600만원)의 18.9%(688억2100만원)만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부는 이 같이 낮은 실집행률에 대해 총 3개년으로 진행되는 어촌뉴딜 사업의 특성상 초기단계인 1차연도와 2차연도에는 주민 합의 등의 세부 절차 단계를 밟기 때문에 집행률이 저조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업 신청 단계에서 지자체에 주민 등을 포함한 지역협의체 구성 등의 조건을 달고 있지만, 실집행 단계에서의 협의 등에 시간이 소요된다는 입장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어촌뉴딜 사업의 경우 지자체에서 사업계획을 제출할때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계획을 짜지만, 막상 사업 심의 단계에서 주민 등의 의사변경이 있을 수 있어 실행 첫 해 등 초기 단계에서는 집행률이 낮은 현상이 벌어진다"면서 "사업 추진 단계별로 매년 지급하는 대금 비율인 연부율을 조정해 보다 효율적인 예산 편성을 하려고 했지만, 3개년 사업의 특성상 대금 자체를 초기 단계에 아예 지급하지 않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연내 집행가능성 등은 면밀하게 점검하지 않고, 매년 보조금 예산을 기계적으로 지자체에 교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자체가 사업 선정을 위해 제대로 된 합의도 거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낸 사업계획을 실제 가능성 등을 제대로 검토해보지도 않고 받아들여 예산만 축내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어촌뉴딜 사업 관계자들은 지자체가 사업을 위탁하는 수행기관의 사업 수행 능력에도 의문을 던진다. 대부분 지자체가 해수부 지정 공공기관에 사업을 위탁하고 있는데, 이들 기관의 전문성과 적극성 양측면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어촌어항공단은 해양수산부에서 어촌뉴딜 300 사업 정책을 발굴하던 2018년 기존 한국어촌어항협회에서 공단으로 승격했다. 이사장을 비롯해 상임이사, 비상임이사 등 주요 임원이 대부분 해수부 출신인데, 최근 3년간 새로 채용한 인원이 현원의 68%에 이른다.

보고서는 "해수부는 지자체 교부신청서 허위작성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지자체 실집행 부진 및 그에 따른 지연이 반복되지 않도록 예산 운용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어촌뉴딜300 사업의 실제 집행률을 제고할 수 있도록 수탁기관인 어촌어항공단 및 농어촌공사의 예산집행실태를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