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나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가 늘어나는 등 지배구조 측면에서 재벌 기업의 행태를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들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독과점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IT기반 기업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데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아 '문어발 식 확장'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키워 가격인상이나 갑질 등의 폐해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공정위는 플랫폼 기업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플랫폼 업체의 입점업체 갑질을 방지하기 위해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이나 비대면 거래 등을 규제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유관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와 업계 반발 등에 부딪혀 국회 통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입법 권한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여론 장악력이 강한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 사업자들의 눈치를 보는 것도 플랫폼 기업에 대한 통제를 무력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국회에서 세계 최초로 구글이나 애플의 수수료 갑질을 방지하는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이 통과되면서 글로벌 플랫폼 독점 기업에 대한 본격적인 규제가 막을 올렸지만, 막상 국민의 삶과 직결된 국내 빅테크 기업 규제는 주춤한 상황인 것이다.

네이버(위)와 카카오(아래) 로고. /각 사 제공

◇재벌 뺨치는 IT공룡들…문어발식 확장

1일 공정위가 발표한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분석·공개'에 따르면 카카오의 경우 총수일가 보유지분이 30%(비상장사의 경우 20%) 이상인 사익편취 규제 대상인 회사가 2개로 나타났다. 넥슨도 마찬가지로 2개를 보유했고, 네이버와 넷마블도 1개씩 보유했다. 특히 카카오(1개)와 넥슨(2개) 등 총수 2세가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 집단도 존재했다. 빅테크 기업이 성장하면서 재벌기업의 지배구조를 답습해 사익편취 우려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공정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최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IT주력집단은 총수2세의 지분보유, 해외계열사의 국내계열사 출자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및 사각지대 회사도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네이버와 카카오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시총 3위를 두고 경쟁하는 등 기존 재벌 기업의 규모를 넘어선 상태다. 특히 이들은 성장여력이 높은 스타트업을 인수합병(M&A)하는 등 문어발 식 확장을 이어가며 시장 지배력을 늘리고 있다. 플랫폼 기업의 특성상 양사 모두 많은 소비자를 확보한데다 기간사업 등에 비해 인수합병의 진입장벽이 낮아 독점력을 강화하기 용이한 구조다.

문제는 이 같은 플랫폼 기업의 독점은 새로운 혁신 기업의 출현에 걸림돌이 될 뿐 아니라 결국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 지배적 기업이 점유율을 높여 소비자가 대체할 만한 선택지를 찾을 수 없게되면, 그간 무상으로 제공되던 서비스에 가격을 매기거나 가격을 올려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과거 무료로 제공했던 카카오택시 서비스 요금제를 바꾼다거나, 저금리 대출로 고객을 끌어모았던 카카오뱅크가 최근 대출 금리를 인상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온플법·전상법 국회 통과 난망…규제 지지부진

공정위는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폐해에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과 전자상거래법 등 각종 규제를 추진하고,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연말부터 시행되는 개정 공정거래법상 해외계열사 공시의무 부과 등으로 IT기업의 우회적인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도 감시망을 작동한다.

다만 공정위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 규제들이 유관기관과 업계 반대 등에 막혀 국회 통과가 난망인 상황이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입점업체 갑질을 방지하는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은 올해 초 공정위가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권한다툼으로 번져 '중복규제' 논란이 장기화되고 있다. 비대면전자거래를 규제하고 소비자 권리를 강화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도 업계 반대에 부딪혀 정부안이 아닌 의원입법안으로 재통과를 노리고 있는 상태다.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구글과 애플의 인앱(자체)결제 강제 정책을 막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이 통과된 것과는 비교가 된다. 구글이나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의 수수료 갑질을 막는 법안이 세계에서 최초로 통과되면서 해외에선 한국이 거대 정보기술(IT) 기업 구글과 애플의 '갑질' 수단인 수수료 정책을 규제하는 트렌드 선봉에 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막상 국내 플랫폼 기업의 갑질 규제는 벽에 막혀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정위 내외부 양쪽에서 '답답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카카오나 네이버 등 양대 빅테크 기업의 경우 국내 시장 점유율이 독과점 폐해를 야기할만큼 충분히 높은 상황인데, 이에 대응할 만한 규제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기존의 공정거래법으로 각 사건을 처리하고 있지만, 플랫폼 규제를 총괄하는 성격의 법안들이 국회 벽에 막혀있어 직원들의 사기도 저하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온플법이나 전상법 통과가 난망이 되면서 사기가 떨어진 것도 사실"이라면서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 조작이나 시장지배력 남용 등 각기 혐의에 대해서는 활발히 조사하고 있지만,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입점업체나 소비자 보호를 전반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는 법안 통과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