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양극재 시장의 점유율 세계 1위인 벨기에 유미코아가 한국 무역위원회에서 중국업체들을 상대로 양극재 관련 기술의 특허 분쟁을 시작했다. 지난해 중국 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관련 매출이 감소한데 따른 대응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19일 회의에서 양극재 특허권 침해에 관한 불공정 무역행위 조사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양극재 제조·판매기업인 유미코아(벨기에)와 한국유미코아가 해외 2개 업체를 상대로 조사를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유미코아측은 해외 2개 기업이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하는 양극재 제품을 생산해 이를 해외에서 국내로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배터리 양극재 이미지. /LG화학 제공

무역위는 해외 2개 기업이 양극재 제품을 조사 신청일 기준 2년 이내 해외에서 국내로 공급한 사실이 있는 등 조사의 신청 요건을 갖췄다고 보고, 조사 개시를 결정했다. 무역위는 조사 개시 후 통상 6~10개월 서면 및 현지 조사 등을 거쳐 불공정무역행위 여부를 판정한다. 불공정무역행위를 했다고 판정하는 경우 수출·수입 중지 명령, 반입 배제 등 시정조치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유미코아가 문제를 제기한 해외 기업들은 중국계이며, 해당 특허는 양극재인 니켈과 코발트, 망간을 8대 1대 1의 비율로 조합하는 NCM811 관련 기술로 알려졌다.

양극재는 이차전지 용량과 수명을 결정하며, 원재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50%로 이차전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다. 특히 니켈은 양극재 핵심 소재로, 니켈 함유량이 높아질수록 에너지 밀도가 높아진다. 에너지 밀도는 배터리 용량으로 연결되고, 이는 전기차 주행거리로 직결된다. 그러나 에너지 밀도가 높아질수록 불안정성이 커지고 기술 난이도도 높아진다. 이 때문에 NCM811이 NCM622 등 니켈 함량이 낮은 기술보다 고급 기술로 분류된다.

현재 양극재 세계시장은 벨기에의 유미코아와 일본의 스미토모메탈마이닝(SMM)이 1, 2위를 다투는 중이다. 유미코아는 1999년 휴대전화 배터리 생산 위해 한국에 진출해 공장 및 연구개발 시설 건설하는 등 한국 업체들과 긴밀한 관계다.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주요 배터리 생산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 시장 중심의 공급과잉 등으로 경쟁이 격화되고 시장 지형이 급변하는 상태다. 유미코아는 2018년 6% 점유율로 중국시장에서 3위를 차지했지만, 2019, 2020년에는 중국 업체에 밀려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유미코아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올해 상반기 사업보고서에서도 중국 시장의 공급 과잉 및 가격 압박 문제를 언급했다.

이에 따라 유미코아가 한국에서 특허 관련 분쟁을 통해 중국 업체들에 반격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높기 때문에, 한국의 수입금지 조치로도 세계시장 점유율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에코프로비엠, 포스코케미칼, 엘엔에프 등 국내업체들도 한국 배터리 업체 공급만으로도 세계시장 점유율 10위안에 들고 있다.

무역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최근 반도체, 이차전지 등 미래 유망 산업을 중심으로 한 첨단 핵심 기술 관련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가 잇달아 신청되고 있다”며 “지식재산권 중심으로 한 글로벌 무역 분쟁에서 공정한 무역질서와 건전한 산업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무역위는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산 뷰틸 글리콜에테르에 대한 반덤핑 조사도 개시하기로 했다. 롯데케미칼이 사우디아라비아산 뷰틸 글리콜에테르가 덤핑 수입돼 국내 산업이 피해를 봤다며 덤핑방지관세부과에 필요한 조사를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조사 대상 물품은 뷰탄올과 에틸렌옥사이드를 함께 가압, 가열해 반응시킨 뒤 증류를 거쳐 얻은 유기화합물 가운데 뷰틸 글리콜과 뷰틸 디 글리콜이다. 이들 화합물은 무색의 투명한 액체로, 용해력이 높고 독성은 낮아 도료·염료 등의 용제, 액정표시장치(LCD) 박리액의 원료, 폴리염화비닐의 중간재 등으로 사용된다. 롯데케미칼은 사우디아라비아산 덤핑 수입으로 시장점유율 및 판매가격 하락, 영업이익률 하락 등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