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값이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오르면서 '금(金) 수박'이 됐다. 역대급 무더위로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외국인 노동력 공급이 줄면서 인건비가 상승해 수박 가격이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노동력 부족으로 수박 농사를 포기한 농가가 나오면서 수박 재배 면적이 줄어 공급이 제한됐고, 이에 따라 수박 가격 상승세가 더 거침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수박 판매대. /연합뉴스

1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3일 집계한 수박의 전국 평균 소매가는 2만4816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 1만8904원보다 31.3% 상승했다. 말복인 지난 10일에는 2만5328원까지 올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가 집계한 가락시장 도매가 7월 평균 가격도 kg당 242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70원 대비 37% 상승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8월 도매가 추이도 kg당 2300~2400원으로 전망해, 지난해 2260원보다 비쌀 것으로 전망했다.

수박 가격이 뛴 이유는 수요는 급증했는데 공급이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맑고 더운 날씨는 수박 수요를 늘리지만, 수박이 자라기에도 좋은 환경이다. 그러나 일손을 구하기 어려워진 전국 주요 수박 산지에서 수박 재배 면적이 줄었다. 수박은 같은 계절의 다른 농작물에 비해 일손이 더 많이 가는 편이다. 모종 심고 곁순 따는 것은 물론, 수확기 상품성을 좌우하는 '수박 돌리기' 등의 작업을 사람 손으로 해야 한다.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력 수급난에 따른 인력 부족 문제가 크다"면서 "수박 작업은 주로 포전 매매를 하는 상인들이 동원하는 인력팀이 담당했는데, 외국인 노동력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이런 인력팀 구성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통계월보에 따르면, 비전문취업(E9) 및 방문취업(H2) 비자를 보유한 외국인 근로자 체류인원은 지난해 6월 46만5000명에서 올해 36만명으로 10만명 감소했다. 그간 농촌 일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이 대폭 줄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수박 농가는 상대적으로 손이 덜 가는 고추, 멜론, 토마토 등의 다른 작물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8월 집중 호우로 수해 피해를 본 농민들도 수박 재배 면적을 줄였다.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올해 8월 기준 전국의 수박 출하면적이 지난해보다 1% 감소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9월에는 출하면적이 지난해보다 3%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기상 여건이 지난해보다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수박 생산량은 크게 늘지 않았다.

특히 수확기 일손이 부족해지자, 수박이 지나치게 익거나 피수박이 돼 상품성을 잃는 일도 벌어졌다. 피수박은 과육 가운데 부분이 붉은 핏빛을 띠고 신맛이 나는 수박을 말하는데, 고온이 지속되고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 광합성이 억제돼 뿌리 흡수력이 떨어질 경우 발생한다. 역시 노동력 부족의 결과다.

여기에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인건비까지 증가했다. 현지 인건비는 10시간 기준 12만원으로 지난해(8만원)보다 4만원(50%)나 올랐다. 이같은 인건비 상승도 수박 가격 상승으로 직결됐다.

여기 올해 닥친 역대급 폭염도 가세했다. 무더위에 수박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수요가 늘었다. 수박 생육에 적합한 맑고 더운 날씨가 지속되면서 당도가 높은 고품위 물량이 늘어난 점도 평균 가격을 끌어올렸다.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관계자는 "수박을 키우기 좋은 날씨가 이어졌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인력 부족 등으로 생산비가 급증하면서 수박 값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말복을 기점으로 수요가 줄기 시작하고 8월 중순 경부터 충북 음성 지역에서 2기작 하우스 수박이 출하되기 때문에 수박 가격이 점차 안정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