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불법하도급 관련 원도급사의 책임 범위가 넓어진다.

정부는 10일 이같은 내용의 해체공사 안전강화방안과 건설공사 불법하도급 차단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지난 6월 9일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 내 5층 건물이 해체 중 도로변으로 붕괴되면서 근처 시내버스를 덮쳐 탑승객 9명이 사망한 ‘광주 해체공사 붕괴사고’ 재발 방지 방안이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광주 학동 사고 재발 방지대책 당정협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광주 해체공사 붕괴사고 원인에 대해 “불법하도급 과정에서 공사비가 무려 84% 삭감되며, 이를 보전하기 위한 부실공사가 인명사고를 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광주 해체공사 붕괴사고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는 지난 9일 조사결과 발표에서 공사 원도급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불법하도급 및 해체공사 공법 등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묵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원도급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당초 철거 공사비로 단위면적 3.3㎡당 28만원에 계약했다. 그러나 하도급사인 한솔 10만원을 거쳐, 재하도급사 백솔건설은 4만원까지 공사비가 줄었다. 4만원은 원공사비 28만원의 16% 수준이다.

국토부는 불법하도급을 광주 해체공사 붕괴사고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집중했다. 노 장관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134개 철거 현장을 점검한 결과, 10%에 달하는 13개 현장에서 불법하도급 사례가 발견됐다”고도 했다.

국토부는 이를 차단하기 위해 민간 공사의 감리자에게도 하도급의 적법성을 관리하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공공 공사 감리에만 하도급 관리의무가 있었다.

또 국토부와 지자체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 단순한 행정조사가 아니라 공식 수사를 통해 불법하도급을 적발하기로 했다.

불법하도급 처벌 범위도 불법하도급을 준 업체에서 원도급사를 포함한 모든 업체로 확대된다. 불법하도급이 10년내 2회 적발될 경우 건설업 등록이 말소된다. 지금까지는 5년내 3회 불법하도급 적발이 등록 말소 요건이었고, 대상도 원도급사가 아닌 하도급사와 재하도급사에 한정됐다. 사망사고 발생시에는 불법하도급을 주고받은 업체는 물론, 지시·공모한 원도급사도 즉시 등록을 말소하는 ‘원스크라이크 아웃제’가 도입된다.

불법하도급으로 사망사고 발생 시 피해액의 최대 10배를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된다. 현재 불법하도급 업체는 2년간 시공능력 평가상 공사실적의 30%를 차감하지만 앞으로는 실적 차감을 3년간 60%로 확대한다.

불법하도급에 가담한 모든 건설업체는 최장 2년까지 공공 공사 참여가 제한된다. 형사처벌 범위도 지시‧공모한 발주자와 원도급사까지 확대된다. 사망사고의 경우 처벌수준이 무기징역까지 높아진다.

발주자나 원도급사가 불법하도급을 적발할 경우 하도급사에게 공사대금의 10%에 달하는 위약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불법하도급 관련사 간의 공생관계를 감시‧견제관계로 바꾸기 위해서다.

한편 해체공사 관련 안전규제도 강화된다.

해체공사시 해체계획서 작성 단계에서 전문가가 계획서를 직접 작성하도록하고 해체 허가대상의 경우 지방 건축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해체계획서를 건축물 소유자나 관리자 등 전문성 없는 이들이 작성하고 전문가는 검토만 해왔다. 또 해체공사 착공신고제도 도입되고, 주요공정 해체작업에 대해 영상촬영도 의무가 된다. 주요 공법 등 해체계획서의 변경은 허가권자의 검토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이같은 재발 방지 방안 중 법률 개정사항은 8월 중 국회에 제출하고 연내 하위법령을 개정해 시행할 계획이다.

노 장관은 건설업계를 향해 “이제는 국민의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두지 않으면, 한 번의 불법과 부실시공으로도 시장에서 영구히 퇴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건설 현장을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