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물가가 매우 중요하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달 4일 지시 이후 경제 부처가 전방위적으로 물가 관리에 고삐를 조이는 가운데, 사과·배 등 과일 값 안정이 또 다른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두 달 연속 전년 대비 50% 이상 오른 달걀 가격을 잡기 위해 물가 당국이 동분서주하는 사이에 추석 명절 성수품목인 배 값도 이미 작년의 두 배 수준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흉작으로 비축량이 많지 않아 배 값이 지난달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한여름 폭염은 길어지고 있고, 태풍철도 다가오는 상황. 이에 농식품부는 장·차관과 1급 이상 주요 고위 간부들이 전국 방방곡곡 농축산물 산지로 달려가 생산 현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 겨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와 초여름 과수화상병 걱정을 간신히 넘겼지만, 한여름에는 폭염에 따른 햇볕 데임 피해, 태풍 등 풍수해가 다시 물가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5일 경북 예천군 사과 농가를 방문해 여름철 폭염 피해 대비 상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통계청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 상승했는데, 특히 과일 값은 21.3%가 올랐다. 사과(60.7%), 배(52.9%)의 상승폭이 컸고, 포도(14.1%), 복숭아(11.5%), 감(24.6%) 등도 많이 올랐다.

특히 추석 성수품 중 하나인 배 가격이 심상치 않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8월 6일 현재 전국 평균 도매가(상품 15kg)는 9만8800원으로 한달전인 7월 6일 9만220원보다 9.5% 상승했다. 1년전 4만9740원에 비해선 98.63%가 올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신고' 배는 지난달 가락시장 도매가(상품 15kg)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만2100원보다 101% 오른 8만4200원을 기록했다. 작년보다 가격이 2배가 된 것이다. 지난해 비축 물량이 공급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작황이 좋지 않아 반입량이 46%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배꽃이 필 무렵 저온 피해로 배가 덜 열리고, 태풍으로 인한 낙과까지 겹치면서 전년대비 생산량이 34% 감소했다.

햇배가 본격적으로 출하되기 시작하는 이달에도 배값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농업관측센터는 8월 '원황' 배 15kg의 도매가가 5만~5만4000원 수준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4만3000원에 비해 16.3~25.6%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8, 9월 햇배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1%, 17% 증가할 전망이지만, 지난해 생산된 저장배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8, 9월 햇사과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9%, 5% 늘어날 전망이지만, 향후 기상 상황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물가당국과 농정당국은 내달 21일 추석이라는 과일 성수기를 앞두고, 수급 관리에 긴장하고 있다.

특히 7월 중순부터 장기화되고 있는 폭염이 가장 큰 걱정이다. 햇볕 데임(일소·日燒) 피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농림축산식품부는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탄산칼슘 희석액 살포와 과실 그늘 만들기, 관수시설 및 미세 살수장치, 스프링클러 등 가용 장비를 총동원할 계획이다.

입추(7일)를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태풍도 근심거리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4일 9호 태풍 '루핏'을 시작으로 5일 10호 태풍 '미리내', 11호 태풍 '니다' 등 태풍이 본격적으로 발생해 북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 루핏은 타이완 서쪽 해상에서 발생해 현재 중국 산터우 북동쪽에 위치해 있지만, 오는 10일 쯤 한반도에 가장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농식품부는 추석 앞 과일 공급량을 대폭 늘릴 구상이다. 지난해 7000톤 수준이었던 사과는 올해 1만4000톤으로, 배는 지난해 9000톤에서 올해 1만2000톤으로 각각 100%, 33% 추가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이 이달 초부터 각종 회의 등을 통해 "지금부터 추석까지 미리미리 계획과 대책을 세심하게 세우고 살피라"고 지시한 이후 경제부처 고위직들의 '물가 현장 챙기기'가 더욱 잦아지는 모습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배와 사과 등 햇과일은 추석 상차림에서 빠질 수 없는 만큼, 특별히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미 농식품부는 장, 차관과 1급 이상 주요 고위 간부들이 전국 방방곡곡 농축산물 산지로 달려가 생산현황을 점검하는 등 긴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이와 관련 지난 5일 경북 예천 사과농장을 방문해 현장을 돌아보고 관계자들에게 "폭염이 장기화되고 있어 햇볕 데임(일소) 피해로 인한 사과의 상품성 저하가 우려된다"면서 "과실 생육 관리와 태풍 등 추석 전에 발생할 수 있는 기상재해 변수에 대한 철저한 대비로 성수품 공급 관리와 수급 안정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