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는 다른 사람 이름을 빌려 자본금 100원의 B법인을 설립한 뒤, B법인에 수십억원을 투자했다. B법인은 이 돈으로 부동산 사모펀드에 투자해 거액의 배당 수익을 얻은 뒤, 가공의 경비로 꾸며 이를 A씨에게 전달했다. 이에 국세청은 B법인에 대해서는 법인세 탈루 혐의, A씨에 대해서는 소득세 탈루 혐의를 포착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 미성년자 C씨는 부모에게 증여받은 수억원을 주택투자 사모펀드에 투자해 매년 수억원의 배당금을 받아오다가, 증여세를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국세청이 최근 국내 사모투자펀드(PEF)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부동산 분야에서 사모펀드를 활용한 탈세 의심자 10명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며 위에서 소개한 사례도 공개했다. 올해부터는 일선 조사인력을 위한 PEF 과세 관련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 마련 중이다.
PEF에 대한 과세문제는 2000년대부터 뜨거운 쟁점이었지만, 론스타나 뉴브리지캐피탈 등 외국 국적의 PEF 위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국내 PEF 자금이 100조원에 육박하는 등 인수합병 시장에서 역할이 급증하면서 더 이상 '국제' 문제가 아니게 됐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0년 12월말 기준 경영참여형 PEF 855개가 출자자로부터 모집한 자금은 97조1000억원에 이른다. 경영참여형 PEF가 허용된 첫해인 2005년(2조8955억원)과 비교하면 30배가 넘는 규모다. 지난해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와 관련된 PEF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가 유명세를 치르면서 PEF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더 높아졌다.
국세청은 지난해 9월 부동산 분야에서 사모펀드를 활용한 탈세 의심자 10명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당시 국세청이 함께 공개한 법인 관련 탈세 의심자 12명에 육박하는 규모다. 국세청은 이와 관련 "사모펀드를 통해 다수 주택을 취득 운용하는 과정 등에서 법인세, 소득세, 증여세 등을 탈루한 혐의자"라면서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모펀드 뒤에 숨어 투자수익을 세부담 없이 편취하거나, 부모로부터 사모펀드 투자금을 수증한 혐의자 등을 조사대상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내 PEF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세청 조사요원을 위한 교안도 더 강화되고 있다. 과거 국세청은 PEF 관련 교육 내용을 국제거래조세 교안에 포함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현장 조사요원을 위해 별도의 교안을 만들기 시작했다. 국세청 조사국은 최근 '사모투자펀드와 M&A, 세무'를 주제로 위탁교육안 마련을 위한 용역을 발주했다. 이번 교육은 지방청 조사국과 세무서 조사과에 근무하는 일반직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될 계획이다. 이처럼 PEF 관련된 탈세 조사에 대해 독자적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교육내용은 설립, 운영, 관리, 회수 등 사모투자펀드 M&A 실무에 대한 이해, 이에 대한 과세쟁점 등을 담게 된다. 특히 사모펀드를 통한 부동산 투자와 부동산 과다 보유법인 인수사례 및 주요 과세쟁점 등도 포함됐다.
일단 50명씩 두 개 팀을 대상으로 21시간짜리 교육을 목표로 교육프로그램을 요구했지만 향후 교육 확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교육 이후 교재만으로도 개별학습이 가능하도록 교재를 제작해 배포할 계획이란 점도 명시했고, 국세청 조사요원이 실무에 실효성 있게 응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당부도 곁들였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 "사모펀드는 2000년대 초만 해도 외국계가 대부분이라 국제거래조사 관련 교육에 내용을 담았지만, 지금은 국내 사모펀드도 많아져서 교육 내용을 풍부하게 담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