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열차를 기존 중앙선에서 운행하기 위한 사전타당성조사 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GTX-B노선은 송도~망우 구간의 철로는 도심 대심도 지하화 구간을 신설하고, 망우~마석 구간은 기존 경춘선을 활용하는 게 지난 2019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기본 계획이다.

국토부가 추가로 검토하는 방안은 망우역에서 기존 중앙선 구간을 통해 GTX 전용 열차를 구리 등으로 향하게 하겠다는 방안이다. 사실상 GTX-B 구간이 망우역을 기점으로 와이(Y)자 형태로 갈라지게 된다.

이런 방안대로 GTX-B노선의 열차가 중앙선으로 운행할 경우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구리시가 최대 수혜를 입게 된다. 사업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대심도 터널을 활용해 수도권 주요 거점을 빠르게 연결하겠다는 GTX 기본 구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배차 비율을 두고 기존 계획에 포함된 경춘선이 지나는 남양주 주민들과 구리 주민간의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픽=송윤혜

GTX-B노선~중앙선 운행 사전 타당성조사 용역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국토부는 “GTX-B노선의 예타에서 GTX 노선과 중앙선을 연결하도록 계획하고 구리시 등에서 GTX 열차의 중앙선 운행을 요구했다”면서 “GTX 열차의 중앙선 운행을 위해서는 기존선 운행에 대한 기술적 적합성, 경제적‧재무적 타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GTB-B노선을 중앙선과 연결하는 방안에 대한 사전타당성조사는 구리시가 지역구인 윤 원내대표의 강력한 요구 때문에 진행된 측면이 있다. 국토부는 이례적으로 과업지시서에서 윤 원내대표가 이번 조사 설계비를 올해 예산에 반영시켰다고 명시했다. 조사용역기간은 착수일로부터 8개월로, 내년 초 결과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이번 사전 타당성조사를 통해 GTX-B노선 기본계획에 반영된 차량 외에 추가로 차량 투입이 필요한지 검토할 계획이다. GTX 전용 열차가 중앙선을 달릴 경우 시·종점 및 최적 운행방안 등도 이번 용역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2019년 10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개한 GTX-B노선 건설사업 예타 보고서에 따르면, 국토부는 당시 KDI에 보낸 열차운영계획에서 송도~마석 구간 GTX 전용 열차(ITX-청춘급) 운행 횟수를 하루 92회로 가정했다. 이와 별도로 용산에서 출발해 망우를 거쳐 경춘선을 운행하는 경춘선 전동차 운행 횟수는 하루 20회, 용산에서 출발해 망우를 거쳐 중앙선을 운행할 열차(KTX-이음급) 운행 횟수는 10회로 각각 가정했다.

이와 관련 중앙선 분기가 GTX-B노선의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예상 사업비 5조7000억원의 GTX-B노선은 현재 민자적격성 검토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고, 민자 외의 다른 사업방식을 쉽게 마련하지 못할 경우 사업 속도가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중앙선이 지나는 구리시 인구가 20만에 이르는 만큼 GTX 열차가 이 지역을 지날 경우 비용 대비 편익이 커지면서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그러나 GTX-B노선이 곳곳에서 다른 노선과 연계되고 분기되면서 대심도 터널을 활용해 수도권 주요 거점을 빠르게 잇겠다는 GTX 기본 구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GTX-B노선은 이미 2014년 예타에서 송도~청량리 구간 계획만으로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얻은 뒤, 부활을 위해 2016년 경춘선을 포함한 청량리~마석 구간을 이어 붙인 상태다.

<YONHAP PHOTO-1580> 대화하는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오른쪽)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호중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2021.5.25 toadboy@yna.co.kr/2021-05-25 10:56:09/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여기 더해 최근 김포~부천간 GTX-D노선과 연계를 검토한다는 국토부 구상이 전해지면서 이미 누더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남 직결을 원하는 김포·검단 주민들은 이와 관련 “D노선이 부천까지만 연계된 이유는 환승 수요를 만들어 B노선의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번에 중앙선까지 연계될 경우에는 GTX-B노선은 직선형의 A, C노선과 달리 노선의 양끝이 ‘Y’자 모양으로 가지가 나뉘게 된다. GTX-D노선과 연계까지 확정된다면 용산역을 기준으로 서쪽은 송도발과 김포발 열차가 각각 출발해 용산에 이르고, 동쪽은 남양주와 구리에서 각각 출발한 열차가 용산역에 이르는 모양새다. 이 경우 경춘선의 남양주와 중앙선의 구리 주민 간에, 또 B노선 출발점인 송도와 D노선 출발점인 김포 주민 간에 각각 배차 비율을 두고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지도부가 출신 지역구 민원을 위해 국책사업인 GTX-B노선의 양 끝을 가르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 지역구가 GTX-D노선이 지나는 인천 계양, 윤 원내대표 지역구가 중앙선이 지나는 구리인 점을 꼬집은 표현이다. 앞서 송 대표는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GTX-D노선이 ‘김부선’이라고 김포에서 끝나 서부지역에 상당힌 민심의 이반이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한 전향적 검토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