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개혁'은 역대 정부마다 핵심 과제로 꼽혔지만 해결되지 못하고 다음 정부로 넘겨졌다. 하지만 22대 국회에선 작년 3월 첫 실마리가 풀렸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까지 단계적으로 올리고, 연금 수령액을 퇴직 직전 소득의 43%로 높이는 법 개정안에 여야가 합의했다.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으로 바꾸지 않으면 기금 고갈이 앞당겨진다는 우려가 배경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주가 지수가 8000을 돌파하면서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이 늦춰졌다는 전망이 나왔다. 작년과 올해 증시 호황으로 국민연금 기금이 422조원 불었다고 한다. 이대로 가면 2078년 이전에는 기금이 고갈되지 않을 것으로 복지부는 예상하고 있다. '주식 대박'을 맞은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14.9%에서 20.8%로 늘리기로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외면 받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그 이야기를 상당 기간 안 해도 되게 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자문위원회도 지난달 문을 닫았다.
하지만 주식 시장의 고공 행진이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도 계속 줄고 있다. 국민연금도 2041년부터는 나갈 돈이 들어올 돈보다 많아진다고 한다. '8천피 폭죽'이 이런 현실을 바꿔주지 않는다.
게다가 연금 개혁은 국민연금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기초연금,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포함한 노후 소득 보장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설계도 필요하다. 정년 연장 문제도 맞물려 있다. 기존 취업자의 정년을 늘리려면 청년 취업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연금 개혁 논의 자체가 세대 갈등과 정치 충격을 극대화 하는 핵폭탄이 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대통령도 잘 알고 있다. 이 대통령은 "국민연금 이야기할 때마다 표가 떨어진다"면서 "해야 되기는 한데 하면 엄청난 정치적 타격이 온다"고 했다. "(국민연금 개혁은) 해야 되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의제인데 평가가액이 올라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도 했다.
진정한 리더는 '불편한 진실'도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증시 호황으로 국민연금 기금이 풍족해진 지금이야말로 연금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적기라고 볼 수 있다. 주가 8000에 연금 개혁 논의가 파묻히면 안 된다. 대통령이 '해야 되는 이야기'가 평가 이익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원래 정치인이 말하는 것보다 '말하지 않는 것'을 봐야 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