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차기 대표이사 공개 모집에 후보자 33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연내 최종 후보 1명이 선정될 예정이다. KT는 2002년 민영화된 후 '주인 없는 회사'라는 오명 속에 3년마다 낙하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도 외풍을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차기 대표이사를 뽑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하는 사외이사들이 스스로 공정성과 거리감 있는 행보를 보이며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 전부터 논란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계 13위 KT를 이끌 유능한 인물이 이사회가 연 '차기 대표이사 오디션장'에 입장할지 의문이다.
KT 현 사외이사 다수는 윤석열 정부 시절 선임됐다. 지금의 이사회는 구성될 때부터 정당성 논란이 있었다. 2023년 초 구현모 전 대표와 윤경림 전 사장이 국민연금과 정치권의 반대로 후보에서 자진 사퇴한 직후 다수의 사외이사가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 사외이사 8명 중 7명은 이 때 선임된 인물들이다. 이사회 구성은 물론 KT CEO 인선 과정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 그대로 드러난 대목이다.
탄생부터 의구심 가득한 이사회의 최근 행보는 마치 일부러 스스로의 독립성을 훼손하려는 듯하다. KT 이사회는 올해 초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 4명에 대해 형식적인 공모 절차만 거친 뒤 전원을 재추천했다. 이사회가 독립적인 판단보다는 내부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는 '셀프 연임' 논란을 야기한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 이사회라는 꼬리표가 달린 상황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4명 중 적어도 절반이 교체되는 것이 이사회 자체의 투명성을 높이는 일이었다. 이사회 역시도 서로 간 임기가 교차되는 게 좀 더 건강한 KT 이사회를 만드는 길이었음을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사 간 임기를 서로 연장해주는 '짬짜미'를 단행했다. 특히 이사회 중 통신, 인공지능(AI), 보안 전문가가 없다는 취약점을 알고도 이사회 구성원을 안 바꾼 것은 KT를 위한 길이 전혀 아니었다.
더욱이 현 사외이사들은 감독 견제 역할을 넘어 대표이사 권한까지 넘볼 수 있다고 착각하는 듯하다. 이사회는 이달 초 대표이사가 부문장급 인사나 주요 조직 개편을 단행할 경우 반드시 이사회와 사전 논의와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이는 위법 논란까지 있는 일이다. 인사나 조직 권한은 대표이사의 고유 권한인데, 이사회가 경영에 개입하는 구조를 만든 것은 상법의 취지를 넘어 월권 행위이기도 하다. 전문가들도 매우 일반적이지 않은 일이라고 평가한다.
상법에서는 이사는 3인 이상이어야 한다고 명시한다. 물론 임기가 남은 사외이사들이 2023년처럼 대거 퇴진한다면 대표이사 선임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 하지만 KT 이사회가 정말 회사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다면 스스로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권한을 내려놓든, 자진해서 이사회 구성에 변화를 주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구현모 전 KT 대표는 이번 공모 불참을 선언하며 "지배 구조의 핵심은 사외이사의 숫자나 권한이 아니라, 유능한 대표이사 후보를 키우고 정당하게 선택할 수 있는 건강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번 KT 차기 대표이사 공모에 참여하지 않은 한 유력 전문가 역시 "내가 왜 정당성 없는 이사회 앞에서 오디션을 펼쳐야 하냐"라고 반문했다. 결국 정당하지 못한 이사회의 대표이사 공모는 시작부터 실력 있는 인재의 지원을 막은 셈이다. 이사회 자리만 지키는 것이 과연 진정 KT를 위한 길인지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