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많이 쓰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은 비단 투자에서만 통하는 표현이 아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의 '포트폴리오 이론'을 간략하게 설명하는 이 문장은 곳곳에서 공급망 불안 사태가 벌어지는 지금 정부와 기업이 유념해야 할 말이다.
중국의 관세청에 해당하는 해관총서는 지난달 30일 돌연 중국 현지 기업이 한국으로 보내려던 산업용 요소의 수출을 보류했다. 중국 통관당국은 수출 보류 조치의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적 목적이 아닌 중국 내 수급 상황을 고려한 일시적인 수출 보류 조치일 것"이라고 정부 스스로 추정만 하고 있을 뿐이다.
석탄에서 암모니아를 추출해 만드는 요소는 탄소 저감장치와 농업용 비료 등에 쓰인다. 특히 요소를 원료로 만드는 차량용 요소수는 경유 차량 운행에 필수다. 요소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 경우, 국내 물류의 맥이 경화되는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
이러한 위기가 발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특정 국가에 대한 공급 의존도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산업용 요소의 중국산 수입 비중은 지난 10월 기준 91.8%를 기록했다.
2021년 하반기 중국이 호주와의 무역 분쟁을 겪으면서 요소 수출을 제한하면서 발생한 '1차 요소 공급 불안 사태' 이후였던 2022년엔 중국산 비중이 71.7%까지 내려갔으나, 공급망이 재개된 이후 기업들이 다시 중국산을 찾기 시작하면서 비중이 다시 확대됐다.
다른 국가보다 가격이 10%가량 저렴하다는 이유로 중국산을 다시 찾은 것이다. 우리나라가 한 해에 수입하는 요소의 규모는 3억달러, 한화로 4000억원정도다. 400억원만 더 쓰면 요소 수급 불안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비료용 요소가 좋은 예다. 비료용 요소는 1차 요소수 공급 불안 사태 직전 중국산 비중이 65%를 상회했으나, 현재는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2% 수준에 그치고 있다. 요소 공급 불안 사태 이후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국가(수입비중 42%)로 공급망을 다변화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급선 다변화로 인해 최근 중국의 요소 수출 통제에도 비료 수급은 원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중 의존도가 높은 광물은 산업용 요소뿐만 아니다. 반도체와 전기차,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소재로 쓰이는 광물도 상당 부분을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 핵심 원자재인 네온의 중국산 의존도는 81%에 달했다. 제논과 불화수소도 각각 64%와 62%로 높은 의존도를 보였다. 이트륨, 스칸듐을 포함한 희토류금속의 올해 상반기 대중 수입 비중은 79.4%에 이른다. 중국이 지난 8월부터 수출 제한 조치에 들어간 갈륨과 게르마늄도 올해 상반기 중국 의존도가 87.6%에 달했다.
이차전지에 들어가는 인조흑연(93.3%), 산화리튬·수산화리튬(82.3%), 니켈코발트망간 산화물의 리튬염(96.7%), 니켈코발트망간수산화물(96.6%) 역시 중국 의존도가 높았다. 중국이 공급망을 흔들 경우, 국내 이차전지 산업이 휘청일 수 있다는 얘기이다.
2년 전 진통을 겪은 1차 요소 공급 불안 사태는 '공급처 다변화'가 왜 중요한지 주지시키는 계기가 됐다. 겨우 2년이 지났다. 1차 요소 공급 불안 사태가 외양간을 고치지 않아 소를 잃은 일이었다면, 이번에 발생한 위기는 소를 잃은 후에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아 다시 소를 잃은 격이라 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패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중국이 주요 광물의 수출 통제에 나설 경우, 우리로선 심각한 산업 위기를 마주하게 된다. 거안사위(居安思危, 편안할 때도 위태로울 때의 일을 생각하라)의 지혜가 필요하다.
[윤희훈 정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