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이한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는 지난 9월 구원투수로 김정호 전 네이버 공동창업자를 영입했다. 그는 김 창업자의 삼성SDS 선배이자 NHN 한게임 대표 출신으로 현재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을 맡고 있다.
김범수 창업자는 김정호 총괄을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의 노력을 다했고, 김 총괄은 무보수로 김 창업자의 부탁을 수락했다. 김 총괄은 이달 초 카카오의 준법·윤리 경영을 감시하기 위해 설립된 외부 감시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에 유일한 사내위원으로 합류했다. 김범수 창업자한테도 쓴소리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카카오의 문제점들을 가감 없이 지적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카카오 안팎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상황을 보면 카카오는 쇄신보다 내홍으로 병들어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김 총괄의 '욕설 논란'이다. 김 총괄이 카카오 임원 7명이 모인 사내 회의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라며 욕설을 한 게 파장을 일으킨 것이다.
문제는 욕설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이다. 김 총괄은 돌연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이틀간 5차례에 걸쳐 카카오의 편중된 보상 체계, 과도한 골프, 직원 간 복지 격차, 데이터센터 건립업체 선정 과정의 불투명성 등을 폭로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욕설이 나온 상황에 대해 "700억~800억원이나 드는 공사 업체를 그냥 담당 임원이 결재, 합의도 없이 정했다고 주장하는데 다른 임원들이 아무 말도 없는 데서 분노가 폭발했고, 이후 3차례 사과했다"고 했다.
하지만, 김 총괄의 내부 폭로는 곧이어 진실 공방으로 이어졌다. 29일 카카오 부동산 개발을 총괄하는 자산개발실 소속 오지훈 부사장과 직원 11명이 내부 전산망에 장문의 공동 입장문을 올리며 "데이터센터 시공사 선정은 입찰과 공정한 심사를 거쳤다"며 반박에 나선 것이다. 카카오 노조인 카카오 크루유니언 역시 김 총괄의 폭로에 대해 외부 독립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에 조사를 요구했다.
아직까지 누구의 말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김 총괄의 폭로로 김범수 창업자에게 내홍 해결이라는 과제가 추가된 것은 분명하다. 쇄신 과정에서 기존 임원과 구성원의 반발은 예상된 일이다. 김 총괄 역시 경영지원총괄을 수락하면서부터 내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기득권의 저항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예견했다. 하지만, 시가총액 약 22조원의 회사가 외부 감시기구까지 설립한 상황에서 쇄신 과정을 한 개인의 욕설 파장을 해명하기 위해 외부에 알린 것은 아쉽다.
김 총괄은 SNS 게시물에 조선시대 개혁가 '조광조'를 해시태그했다. 그가 개혁가로서 잡음과 트집 잡기를 피하고자 무보수 조건까지 내세웠다면, 쇄신 작업도 욕설 논란과 별개로 철저한 조사 끝에 밝히는 게 어찌보면 카카오에게는 도움이 됐을지 모른다.
현재 카카오가 위기에 빠진 본질은 김범수 창업자가 과도하게 '자율 경영'에 의존해왔다는 점이다. 자율 경영 틀 안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독과점 논란, 시세조종·분식회계 의혹 등 갖가지 문제들이 쏟아져 나왔다. 카카오가 앞으로 내홍을 어떻게 수습할 지는 모르지만, 이를 해결할 사람도, 제대로 된 인적 쇄신을 이끌 사람도 결국 김범수 창업자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김 창업자 스스로가 더 이상 뒤에 물러서있을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일군 카카오를 위해 결자해지를 해야 할 시간이다. 지난 2010년 통신사들이 제공하던 유료 문자메시지를 무료 서비스 '카카오톡'으로 대체하면서 보여줬던 혁신과 패기, 추진력을 다시 한번 만천하에 보여줄 때다.
그는 지난 2020년 카카오톡 10주년 당시 이렇게 말했다. "카카오를 창업할 때 '대한민국에 없는 회사'를 만들어 보겠다는 도전 의식이 있었다. 사람이나 시스템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일을 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안상희 통신인터넷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