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관 조선비즈 정치팀장

대한민국이 이태원 사고로 깊은 슬픔에 잠겨있다. 오는 5일 24시까지 국가 애도 기간이 선포된 가운데 북한은 유례없는 탄도미사일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민족’이라는 동질감을 느끼고 있다면 자행할 수 없는 만행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 분단 이래 처음으로 우리 영해 인근으로 미사일을 쏜 지난 2일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페이스북을 통해 “인륜과 인도주의에 반한다”, “깊은 분노를 느낀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랜드연구소는 같은 날 북한이 하루 25발의 미사일을 발사해 약 1000억원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 주민이 먹을 1년 치 쌀을 살 수 있는 돈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분석 등을 종합하면 이미 북한은 올해 들어 지난 10월 초까지 1조원이 넘는 비용을 미사일에 쓴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 피해와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도 ‘반(反)인륜적’인 폭거를 자행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돈을 허공에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정확히 말하면 ‘김정은의 미사일 도발’은 어떤 돈으로 이뤄질까. 최근 사석에서 만난 대통령실의 한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및 핵 도발과 관련, “이렇게 많은 돈이 어디서 날까”라는 취지로 기자에게 되묻기도 했다. 앞서 2000년 6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6·15 남북공동선언’에 합의했다. 정상회담 대가로 남측은 북측에 수억 달러를 송금했다는 의혹도 있다. 햇볕 정책을 계승한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7년 10월, 대통령 임기 종료를 불과 몇 달 앞두고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과 정상회담을 갖고 ‘10·4 남북공동선언’을 채택했다.

북한은 그간 핵 개발에 필요한 우라늄농축용 원심분리기에 쓰이는 고강도 알루미늄관 등 전략물자를 해외에서 조달했다고 한다. 감시를 피하기 위해 예컨대 일본에서 확보한 물자를 싱가포르나 심지어 이란으로 운송했다가 다시 북한으로 운반하고, ‘핵 암시장’에서 확보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비용이 많이 늘어났지만, 어디서 조달했을 지 의문인 자금으로 비용을 감당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소위 ‘햇볕 정책’이 북핵 개발만 도와준 셈이 됐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나온다. 이를 통해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개발됐다는 주장도 있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이런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문 전 대통령은 김정은과 판문점에서 만나 ‘9·19 군사합의’를 이뤘다. 그 결과는 과연 어떠한가. 북한 미사일의 NLL(북방한계선) 침범으로 9·19 합의는 이미 휴지 조각이 됐다는 분석이 대세다. 입으로만 외친 평화의 결과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일각에선 북한의 새 자금줄로 사이버 해킹을 거론하기도 한다. 사이버상에서 이뤄지는 글로벌한 불법 활동으로 미사일과 핵 개발에 드는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비핵화를 전제한 북한에 대한 대규모 경제지원책인 ‘담대한 구상’을 다시 언급하면서 “대화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러나 3일 북한의 ICBM 발사가 제7차 핵실험 시기를 당기고 있다. 양국의 강대강 구도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일 NSC 상임위 배석자들은 “극심한 경제난과 코로나로 고통받는 북한 주민의 민생과 인권을 도외시한 채 오직 도발에만 집착하며 막대한 재원을 탕진하는 북한의 행태에 대해 개탄한다”고 비판했다. NSC에서 북한 주민의 민생이 언급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언급이 레토릭(rhetoric)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김정은의 ‘미사일 자금줄’이 어디에서 시작되는 지 명확하고, 철저하게 파악해야 한다.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에서 정보력과 행정력을 동원해 이를 적극적으로 파헤쳐보기를 바란다. 그것이 반인륜적 행태를 바로잡는 방법이다.

[김문관 정치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