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주요 증권회사들은 올해 하반기(7~12월) 코스피 지수 예상 범위를 발표했다. 각 증권사는 코스피 지수가 하반기에 3300포인트부터 높게는 3700포인트(신한금융투자)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백신 보급에 따라 세계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의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는 긍정적 견해를 투자자들에게 제시했다. 코스피지수가 지금도 3200선을 오가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더 상승할 것이라는 얘기다.

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유튜브에서 '염블리'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E-Biz 영업팀 부장은 한 행사에서 코스피 지수가 많이 올라가면 4100포인트도 넘게 갈 수 있다며 코스피지수 4000선 돌파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코스피지수가 앞으로 더 상승할 것이라고 보는 이런 전망들과는 달리 하반기 국내 증시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놓여있다. 대외적으로 보면 미국 등 주요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향후 세계 경기 회복과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일(현지 시각) '원자재값 급등이 인플레이션 공포를 키우고 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급등하는 원자재 가격이 세계 경제 회복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고 있고, 취약한 기업들과 가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를 더욱 키우고 있다"고 했다. WSJ에 따르면 유가, 목재, 철광석, 구리 옥수수, 대두, 밀 등의 가격이 현재 사상 최고치로 올랐고 이런 세계적 인플레이션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1970년대 이후 처음이다. 투자은행(IB) 도이체방크도 6일(현지 시각) 발간한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가 조만간 터질 인플레이션 시한폭탄을 깔고 앉아있다"고 했다.

인플레이션이 오면 가계와 기업의 소비가 위축되고 각국 중앙은행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상 등 긴축에 들어가면서 주가도 하락하게 된다. 세계 교역과 수출도 줄어들 수 있다. 원자재값 상승이 불러온 1차 오일쇼크 기간(1974~1975년) 동안 인플레이션율은 10%였고 미국 연평균 GDP 성장률은 -0.35%를 기록했다. 1973년 1월 1051.69포인트였던 다우지수는 1974년 12월 577.6포인트로 45% 하락했다.

미국 증시가 하락한 것은 인플레이션으로 주요 기업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요구가 커지며 인건비가 상승했고 이게 기업의 생산비 증가, 이익 감소로 이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970년 9월부터 1973년 9월까지 제너럴모터스(GM) 직원 임금 인상률이 연평균 6.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인플레이션율 4.5%를 넘어선 수치다. 인플레이션으로 생활비를 걱정한 근로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한 파업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현지 시각)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올랐다. 이는 지난 2008년 8월 5.3%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다.

수출 중심의 국내 기업들의 이익도 위태로워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12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대상으로 해 지난 8일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센터장들은 당분간 수출 호조세가 지속할 것이라면서도 컴퓨터,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바이오·헬스, 가전 등의 수출은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바이오·헬스(60%), 가전(57.1%), 컴퓨터(50%), 석유화학(40%)은 올해 하반기부터 당장 수출량이 줄어들 것으로 봤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주축을 담당하는 대만에서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컴퓨터, 가전, 스마트폰 등에 필수적인 반도체 공급망이 이미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는 외신 보도도 많다.

리서치센터장 절반 이상 하반기부터 수출이 악화할 것으로 본 컴퓨터와 가전은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 분야다. 삼성전자는 유가증권 시장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지난달 기준 삼성전자의 시총이 유가증권 시장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39%(우선주 포함·금융투자협회)에 달한다. 40%의 리서치센터장이 하반기 수출이 악화할 것으로 본 석유화학은 코스피 시총 5위인 LG화학의 핵심 사업 분야고 60%가 수출 악화를 전망한 바이오·헬스 기업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시총 6위), 셀트리온(시총 10위)이 있다.

증권사들은 이미 수출 악화가 예상되는 주요 기업들의 목표 주가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 1일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0만원에서 9만5000원으로 하향했고 같은 날 NH투자증권도 11만원에서 9만5000원으로 목표주가를 내렸다. 목표주가가 내려간 기업은 삼성전자뿐이 아니다. 키움증권은 SK하이닉스의 주가를 19만원에서 17만원으로 조정했고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현대차증권, 키움증권도 이달 들어 LG화학의 목표 주가를 줄줄이 낮췄다.

증권사들이 코스피지수가 하반기에 더 상승할 것이라면서도 수출 악화를 우려하는 모순적 전망을 하고, 주요 개별 기업에 대한 목표 주가도 계속 내리고 있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시장이 그렇게 만만하거나 간단하지 않은데 너무 쉽게 코스피지수 상승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이런 말만 믿고 투자했다 낭패를 당하기 쉬울 것 같다"고 했다.

증권사는 기업의 희망 사항을 전달하는 전도사가 아니다. 고점에서 물린 투자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계속 돈을 집어넣으라고 말해야 하는 이유도 없다. 6개월 후면 확인될 수치를 제시할 때는 이 수치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빈약한 논리로 3700, 4000이란 수치를 제시하면 할수록 시장을 분석하는 기관으로서의 신뢰는 사라질 것이다.

[정해용 증권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