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왜 우리는 뒷전이 된 것 같을까."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의 복잡한 분위기는 이런 한숨으로 요약된다. 최근 삼성전자 노사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 별도의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과 별개로 사업 성과를 재원으로 자사주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준으로 DS부문 메모리사업부와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성과급 격차가 100배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물론 MX사업부가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삼성전자 MX사업부 매출은 126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1% 늘었다. 시장 성숙기에도 외형 성장을 이어간 셈이다. 올해 출시된 갤럭시S26 시리즈도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국내 사전판매량은 135만대로 갤럭시S 시리즈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출시 후 6주간 글로벌 판매량도 전작보다 13% 늘었다.

그런데도 MX사업부 안팎의 공기는 가볍지 않다. 문제는 성과 부족이 아니다. 오히려 성과를 내고도 삼성전자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주인공으로 호명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면서 삼성전자의 성장 서사는 갤럭시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 쪽으로 기울고 있다.

DS부문에 보상의 무게중심이 실리는 흐름은 이해할 수 있다. AI 반도체 경쟁력은 삼성전자의 기업가치를 다시 끌어올릴 핵심 변수다. HBM과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에서 밀리면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 서사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MX사업부 입장에서는 씁쓸할 수 있다. 갤럭시는 오랫동안 삼성전자의 얼굴이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맞서며 브랜드 경쟁력을 지켜냈고, 소비자와 삼성전자를 연결하는 대표 제품 역할을 해왔다.

MX사업부의 박탈감에는 과거에 대한 기억도 깔려 있다. 갤럭시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속 성장하던 시절, 모바일 사업은 삼성전자의 실적을 떠받친 핵심 축이었다. 당시 갤럭시가 벌어들인 현금은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체력을 키우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이런 기억을 가진 MX사업부로서는 최근의 보상 격차와 성장 서사의 이동을 더 복잡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회사의 현재를 책임졌고, 동시에 미래 투자를 가능하게 한 사업이었지만, 지금은 삼성전자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반도체의 뒤편으로 밀려난 듯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MX사업부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스마트폰 시장 자체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화면과 카메라, 성능 개선 만으로 소비자의 교체 수요를 자극하기 어려워졌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AI'를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통화 번역, 사진 편집, 검색, 개인화 기능은 분명 편리하다. 다만 이 기능들이 소비자로 하여금 100만원이 넘는 스마트폰을 새로 사게 만들 만큼 강력한 동기인지는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

AI폰은 비용 부담도 크다. 더 높은 연산 성능과 메모리, 발열 제어, 배터리 효율, 개인정보 보호 체계가 모두 필요하다. 기능은 늘어나지만 원가도 함께 오른다. 갤럭시가 더 많이 팔리거나 매출이 늘어나는 것과, 그만큼 더 많이 남기는 것은 더 이상 같은 말이 아닐 수 있다.

이제 MX사업부의 과제는 애플을 이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길어진 교체 주기, 상향 평준화된 스마트폰 성능, 아직 제한적인 AI 체감도는 갤럭시의 성장을 가로막는 구조적 변수다.

갤럭시가 다시 주연으로 남으려면 익숙한 성공 방정식만으로는 부족하다. 스마트폰이 성숙 산업이라는 평가를 넘어, AI 시대의 가장 가까운 접점이자 삼성전자의 또 다른 성장 플랫폼이라는 점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갤럭시가 여전히 삼성전자의 얼굴인지, 아니면 한때 가장 빛났던 얼굴로 남을지 그 답을 내놓는 일은 이제 MX사업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