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12일 '국민배당금' 제안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다"라며 "과실의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칭 '국민배당금'이라는 이름을 붙이고자 한다"고 했다.
미국의 경제 전문 매체인 블룸버그는 'AI 이익 국민배당 구상에 요동치는 한국 증시'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한국의 고위 정책 당국자가 AI 산업에서 발생한 세수를 활용해 국민에게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한국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는 내용이다. 이날 코스피가 한때 8000 직전까지 올랐다가 7400 수준으로 떨어진 게 '국민배당금' 제안 탓이라는 취지였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야권 인사들이 "기업의 초과이윤을 사실상 사회적 환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경악스러운 반시장적인 인식에 시장은 즉각 반응한 것" "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정부가 강제로 뺏어서 나눠주겠다는 것" 등 발언을 잇따라 내놓았다.
이날 '국민배당금' 논란은 국정 운영 시스템에 대해 여러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AI 관련 산업 호황으로 예상보다 많이 걷힌 세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중장기 재정 운영과 관련해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그 해 추경 재원으로 써버릴 것인지, 쌓인 나라 빚을 갚을 것인지, 김 실장 제안처럼 국민배당금을 도입할 것인지 등 여러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청와대 정책실장이 소셜미디어에서 다룰 사안은 아니라는 점이다.
청와대의 대응 방식도 납득하기 힘들다. 중대한 사안이지만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질문하는 기자에게 개별적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주는 식이었다. "정책실장이 소셜미디어에 게재한 내용은 청와대 내부 논의나 검토와 무관한 개인 의견"이라고 했다. 개인 생각이니 공식 대응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사견'이란 선을 긋는다고 정부정책 수장의 말의 무게가 달라지진 않는다.
정책실장은 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국정 컨트롤타워 빅 3에 해당하는 자리다. 경제성장, 사회, AI미래기획 등 '먹고 사는 문제'를 모두 정책실장이 맡고 있다. 이런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는 고위 공직자의 개인 의견이 내부 논의나 검토 없이 소셜미디어에 나가게 하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 개인 의견은 공직을 마친 뒤에 얼마든지 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