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주택자·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대출 등 전방위적 규제에 나서자, 임대 주택이 줄어 전월세 시장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자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X(옛 트위터)를 통해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가 집을 팔면 전월세 공급도 줄겠지만 그만큼 무주택자 전월세 수요도 줄어든다"며 "오히려 주택 매매시장에 매물이 증가함으로써 집값이 안정되고 그에 따라 전월세가도 안정된다는 것이 훨씬 더 논리적"이라고 응수했다. 다주택자·임대사업자가 주택 10채를 팔면 무주택자가 10채를 사들여 임대 수요가 그만큼 줄어드는 만큼, 전월세 공급 축소를 우려할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따져볼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시장에 매물로 나온 10채를 무주택자가 모두 살 만한 '여력'이 있느냐다. 한국부동산원의 1월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평균 매매가격은 13억394만원이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13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려면 6억원(15억원 이하 최대 대출 한도)을 뺀 7억원을 현금으로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7억원은 근로소득자가 금리 연 4% 적용 시 월 200만원씩 20년을 모아야 하는 금액이다. 여윳돈이 없는 무주택자는 집을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

둘째, 다주택자·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주택이 무주택자가 '살고 싶어 하는 곳'인지 여부다. 임대사업자 보유 임대주택의 80%가량이 빌라·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다. 서울 내 매입형 장기 민간 임대주택 총 27만8886가구(2024년 기준) 중 아파트는 4만3682가구로, 전체의 약 15.7%에 불과하다. 또 사고 싶으나 '살 수 없는 곳'일 수도 있다. 최근 다주택자 매물이 쏟아지는 곳은 집값이 30억원을 초과하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가 대부분이다. 서민 무주택자가 그나마 입성을 시도해 볼만한 서울 외곽 15억원 이하 아파트 단지는 매물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셋째, 전월세 시장에 남을 수밖에 없는 무주택자를 위한 대안, '대체재'가 있는지다. 정부는 '공공·준공공 임대주택의 확대'를 외치고 있으나, 물량은 부족한 실정이다. 2024년 기준 전체 임대주택 중 민간이 차지하는 비율은 86%다. 그렇다고 단기간 내 공공 임대주택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부동산 시장은 비탄력적이라, 공급 계획을 세운 시점부터 인허가, 착공 등을 거쳐 실제 입주하기까지 7~10년가량이 걸린다.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수도권 집값을 안정화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전월세 시장 혼란 최소화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는 채 매물만 늘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식의 근시안적 해법에는 문제가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제1원칙이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