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전략과 비전도 없는 게 한국 조선업 정책의 특성이에요. 우리 조선업은 민간 스스로 성장했어요."
한 업계 관계자가 중국 조선업 성장에 대해 얘기하다 꺼낸 말이다. 그러면서 조선 산업 주도권을 찾아오려면 국가 차원의 전략이 필수라고 했다. 실제로 주요국 정부는 조선업에 전폭적이고 전략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중국 조선업은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왔다. 2000년대 초 7.8%에 불과했던 글로벌 선박 수주(CGT·표준 화물선 환산 톤수 기준) 점유율을 2010년 49.2%까지 끌어올렸고, 2024년에는 70.6%까지 높였다. 한국은 같은 시기 37.5%→26.3%→14%로 떨어졌다. 호황을 맞은 작년을 봐도 중국(62.3%)과 한국(20.6%)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압도적 조선소 규모(2025년 중국 211곳, 한국 11곳)만 앞세우는 것도 아니다. 신기술과 조선소 고도화에도 힘을 쏟는다.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가 가능한 중국 조선소는 2019년 한 곳이었지만 현재 다섯 개로 늘었다. 2024년에는 전 세계 친환경 이중 연료 선박의 76.9%를 중국이 수주했다. 자율운항, 풍력 추진 장치 개발도 진행 중이다.
중국의 질주 뒤에는 국가 지원이 있다. 신기술 실증이 필요하면 국영 해운사가 국영 조선사에 발주하면 되는 구조다. 기술개발에 실패해도 기업이 짊어질 리스크는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기에 보조금까지 주고 국유 은행이 대출도 100%까지 해주니 경쟁이 안 된다"면서 "기술이 우리나라를 거의 따라왔다"고 했다. 2019년 제조업에 투입한 보조금도 338조원에 달한다.
무역 대부분을 해상 운송에 의존하는 일본도 조선업 경쟁력 강화에 정부가 나선다. 2000년대 초 한국·중국보다 높았던 일본의 글로벌 선박 수주 점유율은 작년 5.6%까지 쪼그라들었다.
위기를 느낀 의회가 나서 지난해 이시바 당시 총리에게 조선업 경쟁력 강화를 요구했고 조선협회도 거들었다. 정부는 연말 추가경정예산 1200억엔(약 1조1225억원)을 즉각 편성했고 2034년까지 기술 개발 및 탈탄소화 사업에 총 1조엔(약 9조3529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조선업 재건을 노리는 미국은 세계대전을 두 차례 겪으며 조선업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군함과 내수를 기반으로 산업을 키웠지만 냉전 이후 쇠퇴는 막지 못했다. 조선업 중시 기조는 '미국 배는 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존스법', '미국 군함은 해외서 만들 수 없다'는 번스-톨레프슨법에서 여전히 드러난다. 중국 화물은 중국 선박으로 수송하고, 중국 선박도 중국 조선소에서 건조한다는 중국의 국수국조(國輸國造)와 같은 궤다.
신기술이 향후 산업 주도권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현시점 국가 차원의 전략과 투자는 더 중요하다. LNG 화물창부터 암모니아·수소·원자력 이중 연료 선박에 풍력 추진까지 기술 선점이 곧 업계 표준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해운 업체를 지원해 신기술 실증을 늘려줘야 한다. 국가 주도의 중국과 달리, 검증되지 않은 기술에 거액을 투자할 해운사가 한국에는 없다. 기술 결함으로 실패한 LNG 화물창 국산화가 고소전으로 끝난 점도 해운사의 도전을 어렵게 한다. 실패하면 소송당하는 판에 누가 수천억원의 배에 투자하겠는가.
정부가 신기술 실증 선박 지원에 나섰지만 1척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한 관계자는 "1척에 2000억~3000억원이 드는데 민간이 어떻게 감당하겠냐"면서 "최소 10척은 실증해야 해외 선주 신뢰를 얻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실패 책임을 묻지 않는 구조가 필요하다면서 덧붙였다. "로켓은 실패해도 다시 쏘게 해주잖아요. 조선업은 왜 그런 지원을 못 받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