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 주식 커뮤니티 곳곳에서 화제가 된 글이 있다. 글의 제목은 '코스닥 시총 4위 기업 본사.jpg'. 게시자는 "코스닥 시가총액 4위(13조5000억원)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7000배"라고 썼다. 그러면서 대전에 위치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본사 전경 사진을 같이 올렸다. "동사무소처럼 생겼는데 시총이 13조원이 넘느냐", "LG전자 시총이 16조원인데"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코스피 5000' 시대가 열리자 정부와 여당은 '코스닥 3000'을 다음 스텝으로 제시했다. 시장은 즉각 화답하며 코스닥 지수는 지난 26일 4년 만에 1000포인트를 탈환한 후 3거래일 연속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 역시 직접 매수와 ETF를 통한 간접 투자로 화력 지원에 나섰다. 국장 전체가 축제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 터져 나오는 이 같은 목소리는 "주가가 펀더멘털을 앞질러 너무 오른 것 아니냐"는 시장의 본능적인 불안감을 대변한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바라보는 온도가 이토록 다른 이유는 성장의 '질' 때문이다. '코스피 5000'이 AI 슈퍼사이클을 탄 반도체 대형주들의 실적에 기반했다면, 코스닥은 사정이 다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코스피는 실적이 뒷받침되는 확실한 주도주가 있지만, 코스닥 시총 상위권인 바이오, 이차전지, 로봇주들은 여전히 실적 가시성이 안갯속"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면면을 뜯어보면 과열 논란은 더욱 짙어진다. 대장주인 알테오젠의 PER은 183.13배에 달하며, 시총 3위인 에코프로비엠의 PER이 7687.50배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시총 10개 종목 중 나머지 7개는 PER이 마이너스(-)로 잡히는데, 이는 영업적자 상태임을 의미한다.

PER은 현재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비율을 뜻한다. 쉽게 말하자면 현재 주가가 1주당 수익의 몇 배인지를 계산한 것이다. 만약 PER이 5라면 이 기업의 주가는 현재 벌어들이는 수익의 5배 수준이라는 뜻이다.

물론 성장성이 높은 혁신 기업과 벤처 기업이 많은 코스닥 시장의 특성상, 코스피 시장에 비해 구조적으로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는 기업이 많을 수밖에 없다. 과거 테슬라의 PER이 1000배를 돌파했던 사례처럼, 파괴적 혁신을 앞세운 기업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문제는 실적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과 유동성만으로 주가가 밀어 올려질 때의 리스크다. 코스닥 상장사들의 실적 가시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입된 자금은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펀더멘털의 질적 성장이 전제되지 않은 지수 랠리는 결국 거품이 꺼지는 순간 투자자들에게 감당하기 힘든 부작용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코스닥 3000'이라는 숫자는 목표가 아니라, 시장이 체질 개선을 완수했을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물이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지수 숫자를 인위적으로 부풀리는 호객 행위가 아니라, 혁신 기업이 실질적인 이익으로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는 투명하고 공정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있다. 숫자의 환상에 취해 본질을 놓치기보다, 시장의 질적 도약을 위한 내실 있는 정책 설계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