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규제는 '맛보기'에 불과하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 6·27 가계대출 규제를 두고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부동산과 관련된 정책은 많다" "공급 확대책, 수요 억제책이 아직도 엄청나게 많이 남아 있다"고 자신했다.

그랬던 이 대통령이 갑자기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대책이 없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충남 '타운홀미팅'에서 "(서울 집값 상승은) 구조적 요인이라 있는 지혜, 없는 지혜 다 짜내고 주변의 모든 정책 역량을 동원해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며 "제가 서울과 수도권 집값 때문에 요새 욕을 많이 먹는 편인데, 대책이 없다"고 했다.

시장은 술렁였다. "대통령도 손을 놓은 것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야당에선 "무책임의 극치이자, 뻔뻔한 무능 고백"이라고 비난했다. 대통령실에서 즉각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는 정책적 준비는 다 돼 있다"고 해명했으나,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심정적 이해는 간다. 오죽 답답했으면 한 말일까 싶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대출 규제를 더 옥죈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에도 집값은 보란 듯이 더 오르니 막막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한 국가를 이끄는 최고 지도자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너무 쉽게 정책 포기를 연상케 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벌써 연내 발표하겠다고 한 부동산 공급 대책도 알맹이가 없을 것이란 말이 파다하다. 새로운 택지는 전혀 내놓지 않고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호를 착공하겠다며 구색만 맞춘 9·7 주택 공급 대책의 재탕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책이 없다"고 자인한 대통령이 불신을 자초한 셈이다.

"대책 없다"는 말은 무책임하고 핑계만 대며,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때 빗대 쓰는 말이기도 하다. 비관론은 지금과 같은 위기엔 필요치 않다. 시장이 흔들릴수록 리더는 더욱 책임감을 갖고 신중하게 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