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24시간 개장."

글로벌 시장에선 낯설지 않은 이 단어가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먼 이야기처럼 들린다. 거래시간 연장을 추진 중인 한국거래소와 노조 간 협상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우선 오전 7시 거래를 시작하는 '프리마켓'을 신설한 뒤 장기적으로 거래시간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주식시장을 찾는 외국인 자금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우리 주식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한국 증시를 글로벌 시장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거래시간 확대는 분명 중요한 과제다.

주요 선진국은 주식시장 거래 시간을 24시간으로 연장하는 추세다. 미국 나스닥은 내년 하반기부터 전일 거래를 예고했고, 영국·독일·홍콩 등 주요 금융시장도 거래시간 연장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의 정책 추진으로 일부 기업에서 주 4.5일제 근무제가 등장하는 상황에서 거래시간 연장은 일부 증권업계 종사자들에게 '퇴보'로 다가온다.

거래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은 단지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그 뒤에는 수많은 사람의 일상이 바뀔 수 있는 구조의 변화가 있다. 증권사, 자산운용사, 예탁결제원 등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 업계 전반의 시스템은 전면 재정비가 불가피하다. 이에 업무 강도 증가와 근로 환경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거래소 노조가 거래시간 연장 결정이 협의 없이 진행된 독단적인 결정이었다고 비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난 7월부터 거래소 서울사옥 1층에 붙어 있던 노조의 근조 현수막도 최근에야 내려갔다.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지난달 '한국 자본시장 콘퍼런스'(KCMC)에서 "국내 시장은 선진시장으로의 전환점에 서 있다"며 "24시간 거래체제 도입과 결제주기 단축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거래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연설 어디에도 관련 근로자들의 근무 환경이나 처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자본시장 인프라 개선 차원에서 진행될 결제주기 단축도 현장 직원들에겐 또 하나의 과중한 업무로 다가온 상황이다. 한 거래소 직원은 "나중엔 파생상품시장처럼 3교대로 돌린다는 말도 나오는데, 아직 이렇다 할 얘기가 없어 당사자조차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저 (발표를) 기다릴 뿐"이라고 했다.

거래소가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이유만으로 근로자들을 밀어붙일 수는 없다. 금융시장의 경쟁력은 결국 제도와 사람이 함께 갈 때 생긴다.

속도보다 중요한 건 방향이다. 거래시간 연장은 근로 조건 개선과 인력 충원, 합리적 보상 체계가 병행될 때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 거래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사람과 제도가 함께 숨 쉬는 자본시장이 진짜 '선진시장'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