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장관 후보로 지명됐다가 낙마한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례는 '보좌진 갑질'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한 달여가 지난 지금, 국회는 다시 침묵으로 돌아갔다. "처우 개선 노력을 하겠다"던 여당의 약속은 흐릿해졌고, 갑질 근절 논의는 또다시 뒷전으로 밀렸다.
민주당은 보좌진 처우 개선 문제에 대해 "정기국회 말쯤 다룰 것"이라며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보좌진협의회도 20일까지 소속 보좌진을 대상으로 '인권·처우 실태조사'를 실시했지만, 후속 조치 방향은 정하지 못한 상태다. 한 관계자는 "여론 수렴을 막 마쳤을 뿐, 앞으로 어떻게 할지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의 불씨가 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회의원 보좌진의 하루는 본연의 '의정활동 보좌'가 아니라 '사적 심부름'으로 채워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의원 병원 일정에 동행해 진료 예약을 챙기고, 약을 받아오는 일까지 맡기도 한다. 휴가철에는 의원 가족의 피서지에 운전기사로 동행하는 경우도 있다. 지역구 의원들의 배우자와 가족 기차표 예매를 떠맡는데, '특실'만 고집하는 경우가 많아 예약에 진땀을 빼기도 한다. 낙선한 한 의원이 사무실을 정리하면서 개인 물건을 '당근거래'로 처분하라고 지시한 사례는 여의도에선 이미 유명한 일화다.
보좌진 갑질 문제는 단순한 '직장 내 괴롭힘' 차원을 넘어선다. 공적 업무와 사적 지시의 경계가 무너진 구조적 문제다.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은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보좌직원을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좌진의 본래 임무는 법안 기획, 예산 검토, 정책 조사 등 국회의 기능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도서관이 2024년 발간한 '국회의원직 한눈에 보기'에는 의원 대외활동 보좌, 출타 시 경호·신변 보호까지 보좌진 역할로 포함돼 있다. 모호한 지침 탓에 의원 본인조차 사적 지시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의원은 "뭘 해선 안 된다는 규정이 없어 동료 의원 문제를 지적하기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공적 업무가 뒷전으로 밀리면 국회의원의 정책 역량은 약화되고, 이는 곧 국회의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 더구나 보좌진 급여는 국민 세금으로 지급된다. 보좌진의 시간이 의원의 개인 용무에 쓰인다면 사실상 세금의 사적 유용이다. 지난해 기준, 의원 1명당 보좌진 직원(계약직 제외) 8명의 급여는 약 5억2800만원에 달한다. 한 보좌진은 "사적 심부름은 국민 세금 낭비이자 구태"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민주당은 검찰·사법·언론 개혁 등 '3대 개혁'을 주요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굵직한 개혁 추진도 중요하지만, 자기 조직의 부끄러운 문제를 외면한 채 다른 영역만 파고드는 태도는 국민이 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회 개혁,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