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륙을 준비하는 중국 지리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ZEEKR)의 임원과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지커는 전기 승용차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했다. 현재 30개국에 판매 루트를 확보한 지커는 앞으로 2년간 일본, 한국, 동남아 등 전 세계 50개국에 차량을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BYD(비야디)등 중국의 다른 업체도 한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굴기에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가격이 워낙 싼 데다 최근에는 기술까지 좋아지고 있다. 최근 부산모빌리티쇼에서 공개된 르노코리아의 신차 그랑 콜레오스에는 중국에서 개발된 배터리가 탑재됐다. 이 모델의 동력계(파워트레인)는 르노와 지리의 합작사 ‘호스 파워트레인’이 개발했는데,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를 공급받는다.

중국산 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거부감은 거의 사라졌다. 테슬라의 모델Y와 모델3는 올해 1~5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 1·3위다. 모델Y는 보조금이 확정된 지난 3월에만 5934대가 팔리는 등 올해 1~5월에 6637대가 팔렸다. 모델3는 1~5월에 5273대가 판매됐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165만대를 판매한 지커가 국내에 출시되면 중국산 전기차의 시장 장악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중국의 저가 전기차 공습에 미국과 유럽은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상향했고 유럽은 중국 업체별로 17.4~38.1%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은 멕시코와 유럽에 생산 공장을 건설하면서 관세 규제를 회피하려고 한다.

한국은 미국과 유럽처럼 관세 카드를 쓰기가 어렵다. 한국이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이 보복 조치에 나서 득보다 실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기업이 기술로 중국차를 압도해야 한다. 국내 자동차 업계가 중국의 공세에서 살아남으려면 정부, 기업, 노동조합이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 정부는 전기차 산업 생태계를 보호할 방안을, 노조는 효율성을 높일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