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가 시작부터 두 쪽 났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단독으로 상임위원회를 가동하며 ‘입법 폭주’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집권여당이라는 국민의힘은 입법권 없는 특별위원회를 가동하면서 국회를 보이콧하고 있다.

민주당은 앞선 21대 국회에서도 전반기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가며 이른바 ‘거야(巨野)의 횡포’를 보여줬다. 그나마 21대 국회에서는 여야가 최소한의 협상 의지가 있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권성동 의원은 야당과의 협상 끝에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을 받아들였다. 민주당에서는 21대 국회 원내대표였던 윤호중 의원이 지난한 협상 끝에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돌려준 바 있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한 평가는 논외로 하더라도, 당시엔 여야가 협상 테이블에 앉아 끈질기게 서로 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쩌다 한발 물러서더라도 협상을 타결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였다. 하지만 22대 국회는 시작부터 협상과 타협이 아예 실종될 것 같은 모습이다.

민주당은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고 법제사법위원장, 운영위원장,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 등 11개 상임위 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보이콧 전략을 써서, 전반기 국회의장 선출 과정 자체를 반쪽 짜리로 만들었다.

국회를 갓 출입했을 무렵, 한 의원은 기자에게 “정치는 결국 주고받는 것”이라고 했다. 회의 자리에서는 의원들끼리 치고받고 싸워도, 국회 밖에서는 관계를 풀며 인간적인 관계를 쌓는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는 양측이 결국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되는 동력이 된다.

그런데 작금의 국회 모습은 어떠한가. 협상과 합의, 타협을 정치의 기본이 아닌 ‘패배’로 인식하고 있다. 민주당은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에 여당과 타협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긴다. “우리가 이번에도 원내 제1당으로 만들어줬는데 왜 국민의 힘에 맞춰주느냐”며 소위 ‘질 수 없다’는 것이다.

원(院) 구성 협상 당시 상황이 이를 잘 보여준다. 국민의힘은 마지막 협상안으로 대통령실을 소관하는 운영위원장과 과방위원장을 넘겨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내 2당이 가져가는 게 관례인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의견을 달리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민주당은 협상을 더 이어 나가는 대신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고 11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여당을 배제한 채 반쪽짜리 상임위를 여는 길을 택한 것이다.

국민의힘도 용산 대통령실 눈치 살피기에 바쁘다. 국민연금 이슈를 보자. 21대 국회 막판에 국민연금 모수개혁안을 두고 여야 간 근사치가 그나마 좁혀졌다. 그런데 대통령실이 “대타협이 이뤄지기엔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자, 발을 맞췄다. 결국 22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은 발도 떼지 못한 상태다.

결국 극단 대치가 이어지면 여야가 가까스로 합의에 도달했던 입법 사안도 묻힐 것이다. 일례로 21대 국회 막바지에 여야가 공감대를 이뤘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고준위법)은 ‘순직 해병대원 특별검사(특검)법’으로 정국이 얼어붙으며 결국 폐기됐다. 민주당은 “(원래) 막판에 합의가 미진했다(미진한 부분이 있었다)”고 항변했다. 두 쪽 난 국회를 두고 잘하고 있다고 응원할 국민이 있을까. 여야가 양극단으로 달리기만 한다면 남는 것은 공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