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아름 사이언스조선부 기자

한국과 영미권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대학원생 밈이 있다.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서 주인공 바트가 대학원생을 흉내 내며 '난 30살' '지난해 600달러(당시 약 61만원) 벌었다'고 말하자 엄마인 마지 심슨이 '대학원생 놀리지 말거라. 단지 잘못된 선택을 한 것뿐이야'라고 하는 장면이다.

이 밈이 나온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대학원생의 이미지는 바뀐 게 없다. 적은 돈을 받고 밤낮없이 연구만 하는 이미지다. 열악한 처우 역시 달라진 게 없다. 지난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 총학생회가 실시한 연구환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KAIST 대학원생은 평균 하루에 10시간을 일하고 월 166만원의 인건비를 받았다. 주 52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평균 시급 7995원이다. 최저 시급 9620원에도 못 미친다.

그런데 KAIST가 이공계 대학원생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한 '모범 사례'가 됐다. 올해 연구개발(R&D)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가뜩이나 열악했던 이공계 대학원생과 학생연구원 처우 개선이 화두가 됐다. 선거를 앞둔 윤석열 대통령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공계 대학원생 처우 개선을 약속하며 해결책으로 '스타이펜드(연구생활장학금)'를 꺼내들었다. 스타이펜드는 학생연구원에게 매달 일정 급여를 보장하는 제도다. 석사 과정생은 80만원 이상, 박사 과정생은 110만원 이상을 매달 보장해준다. 과기정통부는 스타이펜드를 도입해 대학원생의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시급 7995원을 받으며 일하는 KAIST 대학원생이 바로 이 스타이펜드를 받는 이들이다. KAIST를 비롯한 4대 과학기술원은 스타이펜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스타이펜드가 이공계 대학원생의 처우를 개선할 해결책이 아니라는 건 KAIST 대학원생의 임금만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도 과기정통부는 대학원생 처우 문제가 나올 때마다 스타이펜드를 만병통치약처럼 선전한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본질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대학에 대한 R&D 지원 자체가 한국은 턱 없이 부족하다. 대학에 투자하지 않으면서 대학원생의 처우가 좋아지길 바라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학생연구원 인건비 하한선과 상한선을 손보는 것도 방법이다.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개발비 사용기준에는 연구 과제에 아무리 많이 참여하더라도 인건비 기준의 100%를 초과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이는 학생 연구자가 받아야 할 인건비를 계산할 때 일정 수준을 넘는 인건비는 받을 수 없는 '유리 장벽'으로 작용한다. 학생연구원은 이미 해외에서도 학생이면서도 연구 노동자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은 인재가 유일한 자원인 나라다. 꼭 다른 나라가 먼저 해야 따라할 게 아니라 잊지 말고 최저 임금, 휴가와 산재보험 같은 기본 사항도 챙겨줘야 한다.

포스텍 대학원 총학생회가 실시한 연구환경 실태조사에서 한 학생은 "이제는 대학원의 메리트가 줄었기 때문에 경제적 지원을 충분히 주지 않으면 매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심슨 가족을 보며 '옛날엔 저랬지'라고 웃어 넘길 수 있는 날은 언제쯤 올까. 지금 같아선 20년 뒤에도 대학원생들이 '잘못된 선택을 한 것뿐이야'라며 자조 섞인 위로를 주고 받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