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명.

제21대 국회의원 중 범죄 혐의로 기소됐지만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아 의원직을 유지하는 의원들의 숫자다. 이들은 불법 정치 자금을 수수하거나 전직 대통령 명예훼손, 지방선거 개입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4·10 총선 불출마를 명확히 선언한 건 장제원(3선·부산 사상구) 국민의힘 의원뿐이다. 그마저도 범죄 혐의 때문에 내린 결정은 아니다. 장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 26명은 여전히 다음 총선에도 출마할 태세다.

‘범죄 혐의로 재판 중이지만 총선 출마 준비 중’인 의원 26명은 여야를 막론한다. 국민의힘 의원이 8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명, 무소속 의원이 6명이다. 단적인 예로 보면 가짜 인턴 등록 혐의(사기)로 기소된 윤건영(초선·서울 구로을) 민주당 의원의 재판은 2년을 넘어가면서 의원직은 유지한 채 총선 출마에 나섰다. 정지 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 재판 중인 김희국(재선·경북 군위·의성·청송·영덕군) 국민의힘 의원도 30개월 넘게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여기에 노웅래(4선·서울 마포갑) 민주당 의원은 한술 더 뜬 모양새다. 노 의원은 현재 수천만원대 뇌물과 불법 정치 자금을 받은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사업가로부터 청탁과 함께 돈을 받으며 “뭘 또 주시나”라고 말하는 녹음이 일파만파 퍼진 만큼, 재판에 성실히 임하면서 자숙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혐의와는 별개로, 노 의원은 이미 4·10 총선 출마를 공식화한 상태다. 그러면서 그는 “무도한 검찰 독재”라며 “주권자의 준엄한 한 표를 행사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바라는 건 딱 하나다. 유죄가 확정되기 전에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 정치적 면죄를 받고 정치생명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당선무효형을 받은 황운하 민주당 의원도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재판이 4년 넘게 이어지면서 임기를 무사히 유지한 채 민주당 예비후보 검증에서도 적격 판정을 받았다.

황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불출마 선언을 하려고 했으나 돌연 기자회견을 취소하면서 불출마 방침을 ‘보류’ 또는 ‘백지화’했다. 그는 “오늘(19일) 기자회견은 대전 중구 지역구 불출마를 의미하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국회의원’ 불출마가 아닌 ‘지역구만’ 불출마였던 것이다.

무엇보다 공적인 가치 실현을 위해 임해야 하는 선거에 사적인 목적으로 출마하는 행태가 유행처럼 번지는 건 ‘이래도 되네’라는 학습효과 때문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제21대 국회에 남긴 상처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사건을 포함해 불법 대북 송금 사건 등 모두 7가지 사건에 대해 10가지 혐의로 지금에서야 수사와 재판을 한꺼번에 받고 있다.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당 대표 선거에 승리하면서 방탄을 이중·삼중으로 두른 결과다.

국회가 더 이상 범법자들의 도피처가 돼선 안 된다.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리는 비리에 연루되고도 국회의원의 ‘면책특권(불체포특권)’으로 피하려고만 하는 건 국민주권 민주주의에서 국민을 얕보는 행태에 불과하다. 이번 총선에서만큼은 정치인들의 일탈과 위선, 비리 행위 등을 뿌리째 뽑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는 모든 의원님들께 질문을 드린다.

“당신의 롤모델은 이재명 대표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