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툭하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건드리는데 우려되는 일입니다. DSR을 쉽게 조였다 풀었다 하는 곳은 우리나라뿐일 거예요."

경제학계 한 관계자가 최근 금융 당국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DSR 규제에 나선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DSR은 연 소득에서 모든 대출금의 원리금(원금+이자) 상환 부담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금융 당국이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출 규제 수단으로 꼽힌다. 통화 당국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내려 가계부채 총량을 조절할 수 있다면, 그와 비슷한 위력을 가진 것이 DSR인 셈이다.

DSR은 2018년 처음 도입됐을 당시 '대출 규제 끝판왕'으로 불렸다. 은행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내줄 때 적용하는 규제 중 가장 광범위하고 촘촘하기 때문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 역시 DSR과 마찬가지로 연 소득에 비해 빚을 얼마나 갚고 있는지 보는 지표지만, 주담대에 한정되기 때문에 보다 느슨하다. DTI는 주담대를 제외한 대출은 원금을 뺀 이자만 넣는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집값 대비 받을 수 있는 대출금 비율로, 차주(돈 빌린 사람)의 상환 능력이 반영되지 않는다.

정부의 DSR 규제는 반년에 한 번꼴로 뒤집혔다. 2021년 부동산 '패닉 바잉'을 겪은 정부는 지난해 7월 1억원이 넘는 모든 대출에 DSR 40%를 적용하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그러더니 올해 1월엔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살리겠다며 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소득 기준 제한을 없앤 '특례보금자리론'을 도입했다. 또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는 50년 초장기 정책 모기지 상품도 출시했다. 사실상 우회로를 만들어 DSR 규제를 푼 것이다. 최근엔 가계대출이 증가세를 보이자 50년 주담대의 DSR 산정 만기를 40년으로 조정하며 DSR을 다시 조였다. 특례보금자리론도 일부 상품의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정부가 DSR을 남용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DSR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금융 정책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긴 시계(時系)에서 장기적으로 시행돼야 하는 규제가 6개월마다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것은 적절치 않다. 미국의 경우 주요 은행이 DSR 적정 기준인 43%보다 엄격한 36%를 적용해 대출을 내주고 있으며 30년 만기가 대부분으로 그 이상은 거의 허용되지 않는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이 틀은 변화가 없다. 경제학계 관계자는 "미국만 봐도 DSR을 쉽게 건드리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는 가계부채가 조금만 늘면 DSR을 조이고 주택시장이 꺼질 조짐이 보이면 DSR을 푸는 데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금융 당국의 일관성 없는 정책은 시장에 혼선만 줄 뿐이다. 결국 피해는 실수요자만 입는다. 정부가 50년 만기 주담대를 사실상 퇴출하고 특례보금자리론을 중단하면서, 집을 사려고 준비하던 사람만 손해를 보게 됐다. 미리 움직여 '영끌' 대출을 받은 차주와 비교해 대출 한도가 줄고 금리도 높아져 수천만원의 이자를 더 내야 하기 때문이다. 줏대 없는 정책은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운다. 총선이 7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신뢰받는 정부로 평가받기 위해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금융 당국은 DSR 규제에 보다 신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