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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만원 되는 월급에 월세, 학자금 대출, 공과금 등 나가는 돈을 제외하면 5년간 40만원도 적금 붓기 부담스럽습니다.”

지난 15일 출시된 청년도약계좌 취재를 위해 만났던 청년이 한 말이다. 최고 연 6%대인 고금리 적금이지만, 가입 대상에 해당하는 청년은 선뜻 가입하기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청년을 위해 출시된 청년도약계좌가 실제 청년들 사이에서는 외면을 받고 있다. 청년도약계좌는 청년들이 매월 40만~70만원을 5년 만기로 부으면 금융권의 금리와 정부 기여금 등을 더해 5000만원 가량의 자산을 마련하도록 지원하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었던 이 적금은 출시 전부터 청년을 위한 정책금융상품이라고 강조됐다.

하지만 청년도약계좌 출시 후 단점이 속속히 드러나고 있다. 까다로운 은행별 우대금리, 기본금리 조정, 가구원 중위소득 역차별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지적되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청년들이 처한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납부 요건이다.

청년도약계좌를 접한 청년들은 하나같이 납부 기간과 한도가 지나치게 길고 많다고 지적한다. 청년도약계좌는 5년간 월 40만~70만원씩 부어야 하는데 만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해지할 경우 정부 기여금과 비과세 혜택을 지원받을 수 없다.

월 최소 40만원에서 최대 70만원씩 부어야 하는 납부 한도는 고물가, 고금리 시대 속에 취업난으로 팍팍하게 살아가는 청년층 입장을 고려하지 못했다. 또 청년층은 결혼을 하거나 부동산을 구매해야 하는 등 여러 변수를 겪어야 하는 세대인데 5년 만기를 채워야 하는 점 역시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20대(20~29세) 취업자 수는 383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6만3000명이 감소했다. 지난달 경제활동을 쉰 20대는 1년 전보다 3만6000명 증가한 35만7000명이었다. 전체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경제활동을 쉰 인구가 증가한 연령대는 20대가 유일하다. 취업난을 겪는 청년들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들이 기초 자산을 모을 여지는 크지 않다.

경제난을 겪는 청년 소외계층도 많아지고 있다. 지난 3월 출시된 소액생계비대출의 경우 20~30대 청년층의 신청 인원이 50~70대 이상을 합친 것보다 더 많았다. 소액생계비대출은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에게 최대 100만원을 빌려주는 정책금융상품이다. 당장 100만원도 없는 청년들에게 청년도약계좌 가입은 ‘그림의 떡’이다.

정부도 이런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지난해 2월 출시한 청년희망적금의 경우 최고 연 10%에 달하는 금리 혜택으로 289만명이 가입했지만, 지난 5월 말 기준 중도 해지자 수는 68만명으로 가입자 4명 중 1명꼴로 적금을 깼다. 청년도약계좌는 청년희망적금보다 만기가 2.5배 더 길고 납부 한도가 최대 20만원 더 많다. 전례를 비추어 봤을 때 중도 해지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금융 당국은 청년들의 현실을 반영한 정책금융상품을 내놓아야 한다. 청년을 위한 적금 상품은 납부 기간을 1~3년 정도로 짧게 굴리고 납부 한도 범위를 넓게 설정해 청년층이 주머니 사정에 따라 적금을 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정부는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질 좋은 일자리를 늘려야 할 것이다. 청년층이 안정적으로 기초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될 때 청년을 위한 정책금융상품이 빛을 발할 것이다.